[판문점선언 3주년] 北 조용한 이유…南에 실망,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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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3주년] 北 조용한 이유…南에 실망, 변화 주목
  • 민대호 선임기자
  • 승인 2021.04.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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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남북 냉기류…'비핵화' 오판이 근본 이유, 南 '신뢰' 찾아야
南은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내달 한미 정상회담 등 주목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18년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18년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약속한 판문점 정상회담이 27일 3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전략을 고심하고 있으나 북한은 일체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말 폭탄'과 무력시위 등으로 남한과의 관계가 더 악화된 상황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내치에 역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서도 사회주의 국가 간 연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맞아 항일 빨치산의 위훈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하고, 26일에는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10년을 뒤돌아보며 '위민헌신' 정신을 되새겼다. 특히 김 총비서가 올해 국가 기조로 내세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앞세워 연일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올해 초 당 제8차 대회를 시작으로 전원회의,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 당 세포비서대회 등을 주재하는 등 '내치'에 집중하고 대남, 대미를 향한 대외적 침묵은 이어가고 있다. 1월 당 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강대강 선대선' 대응을 예고하고, 남한에는 '비본질적 문제'에 몰두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신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 국가 간 친선 강화로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김 총비서는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당 대회에서 새로 총서기로 선출된 것과 그가 생일을 맞이한 데 대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베트남·라오스 최고지도자에게 잇따라 구두친서를 보내 사회주의 국가간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5일 북한 외무성 임천일 러시아 담당 부상은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담화를 내고 "북한과 러시아의 친선관계는 높은 단계에서 강화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속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최근 북중간 운송을 재개하려는 동향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각국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친서와 축전에서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제재봉쇄'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이 대남 관계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한마디로 남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특히 남한이 북의 핵에 대해 잘못 접근해 3년간 피해를 본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이를 기반으로 대남관계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제적 힘을 발휘하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비핵화' 거론하면서 모든 게 무산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2018년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면담했다.

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면담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은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비핵화’의 진의를 오독했다는 것이다.

정의용 실장 등 특사단은 다음날인 6일 귀환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며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를 전혀 잘못 이해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정 실장 표현처럼  비핵화를 언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령 그렇더라도 김 총비서가 말한 '비핵화'는 현재까지 남한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김 총비서가 말하는 '비핵화'는 '핵을 보유한 모든 국가들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어떠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것이 선대의 유훈이며 김 총비서는 "선대의 유훈은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소식통은 "북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의 핵을 중단할 수 있지만 기존의 핵을 양보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것이 북한의 핵에 대한 원칙인데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그해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의사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맹탕'으로 끝난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오해가 근본적인 이유였다.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된 실질적인 이유도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였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대외관게에서 '비핵화'에 발목이 잡힌 이유를 남한의 오판, 또는 정치적 목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은 "남한이 북과 대화할 기회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그런데도 북핵, 비핵화를 운운하는 걸 보면 북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하는 최우선적 이유라면 심각한 경제난 해결이다. 또한 북한은 남한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대북 관계를 풀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면 경협을 매개로 한 민간 교류에 맡기고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정치적 부분은 미국이 하지 못하는 바를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하지만 그러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정부의 현실이다. 

예를 들어 남북 교류 및 경협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5·24 대북제재조치만 하더라도 현 정부는 당장 해제 내지 완화하고 싶지만 미국 때문에 행동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3월 남북관계를 두고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시 김 부부장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비롯 남북 협력·교류 관련 기구 철폐,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등을 언급했다.

이후 북한은 특별한 대남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남한이 독자적으로 대북관계를 풀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이후 더욱 미국을 우선적으로 직접 상대하려 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조만간 북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까지 북한은 무응답으로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대북정책 확정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주목하면서 대미, 대남 관계의 방향을 조정할 것이 예상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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