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발언에 尹정부 기대 커…中 "방한 언급 없어"
시진핑 '하나의 중국' 박차… 대만해협 봉쇄시 北 역할 중요
北, 러와 정상회담 후 중국 의존도 낮아져…中, 북한 눈치 봐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여부를 놓고 한·중 간에 '온도차'를 보이고 잇다.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부정적인 듯한 입장을 보이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3일 시 주석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통령실은 24일 시 주석 방한 성사를 위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오후 MBN에 출연해 "시 주석도 벌써 본인 입으로 방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얘기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외교채널 간에 점잖고 쿨하게 중국이랑 이야기를 해서 성사시켜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이어 "만약 (방한이) 성사되면 한중 관계의 중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가 만들어야 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 주석 방한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취임 후 공개적으로 세 차례 표했으나, 그간 가시적 진전은 포착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면서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 방중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그랬던 시 주석이 전날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한 총리와 별도 면담을 하고, 우리 측이 거론하기도 전에 방한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달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 삼국 간 협력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中 정부, 시 주석 방한 언급 없어… 한국 방문 소극적

우리 정부 발표와는 달리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한 총리 면담 결과 발표문에는 시 주석 방한 계획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23일 한덕수 총리와 면담에서 뼈있는 한마디를 전한 것도 방한에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시 주석은 한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국을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중국어 630자 분량의 면담 결과 발표문에서는 경고문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일본과 안보·경제 측면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국 정부가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 온 이슈들에 대해서도 한국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읽힐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연대 행보가 뚜렷해지면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과는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지난 8월 미 워싱턴DC 인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중국을 정면으로 공격해 중국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월 18일(현지시간)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3국 정상은 "우리는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중국을 거론했다.

3국 정상은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우리는 매립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강압적인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말하며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중국의 최근 행보를 모두 나열했다.

3국 정상 차원의 공통된 인식이 담긴 공동성명에 중국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시 주석은 임기내 대만 문제를 해결해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에 동조해 시 주석의 야망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中 현안 대만문제 등에 北 '뒷배' 필요…한중 정상회담 어려울듯

윤석열 정부에선 한중 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최악의 남북관계 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과도하게 미국, 일본과 협력관계를 확장해 한미일 연대를 공고히하면서 반대로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대북 정책은 대화 여지를 차단할 정도로 적대적으로 행보를 취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핵을 보유한 북한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 대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에 '비장의 카드'로 작용한다. 북한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최대 관심사는 대만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이다.

최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합의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주목되는 것은 캠프 데이비드 3국회담을 주도한 미국이 동북아 핵심 우방인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 대한 비난은 미국에 동조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만 문제에서 북한은 가장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의 군함이나 잠수함이 동맹국인 중국을 위해 대만해협에 포진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만 봉쇄를 막을 수 없다. 

중국의 동북아전략이나 대만문제 등에서 북한은 절대 필요한 국가인 셈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에게 대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같은 존재인데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을 막아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큰 신세를 지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원치 않는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얻는 이익보다 북한 덕에 얻는 이득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북러 정상회담 중국에 충격 … 中, 북한 눈치 봐야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북러관계는 물론, 북중관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북한은 광복 이전부터 현재까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난이 심각해 가정은 물론,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 필수적인 식량·에너지 난은 그동안 중국이 해결해줬다.

또한 미국 스텔스 비행기 등 북한 지도부를 위협하는 미국 공군의 움직임은 중국의 정찰위성이 파악헤 북한에 알려줘왔다.

북한은 식량·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안보까지 중국에 의존하면서 항상 '을(乙)'의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식량·에너지 문제를 러시아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정찰위성 또한 자체 내지 러시아와 공동개발할 수 있게 돼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대폭 줄었다. 

이는 북중관계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이제는 중국이 함부로 북한을 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을 자극하면서까지 한국을 방문하기는 곤란하다. 한국을 방문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북한의 '뒷배' 역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한중 정상회담은 북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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