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기법은 조선화의 표현력의 확장력과 신비로움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조선화 표현기법이다.주로 비오는 날과 눈 내린 날 전후 안개가 동반된 자연 풍경의 그윽하고 오묘한 절경을 묘사할 때 활용된다. 색의 농담과 물기 조절의 혼합을 통해 자연의 환상적인 장막을 연출한다.물기와 빛이 공간 속에서 서서히 번지는 듯한 비경을 이름한 우림기법은 다른듯 같은듯 한국화에서는 바림기법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각기 '색을 우려내다'에서 우림기법이 유래했고, '빛이 바래지다'에서 바림기법 일명 그라데이션 기법의 어원이 기원되지 않았나 유추해본다.
요즘 남북한 상호간에는 통일은 고사하고 민족이라는 말도 거론하기 힘들다. 거친 군사작전의 용어만이 횡행하고 기싸움과 으름장만이 난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로간에 이익을 위한 배려와 미래를 설계하는 차분한 지혜의 언어는 존재 자체도 희미해지는 상황이다.세계는 화해 분위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지만, 남북한만이 서로 힘겨루기와 으르렁거림의 분위기에 갇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을 필두로 북미 관계에 온기가 전달되고 세계의 전쟁판들의 먹구름이 걷혀가면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이제 남북한 관계에서도 이런 흐름
현대인들에게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공간은 ‘도시’이다. 삶의 터전인 도시는 겹겹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삶을 억압하는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희망을 꿈꾸면서도 탈출을 엿보는 이중구조의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조각가 김재호는 그러한 도시에 정면으로 다가가 자연의 힘을 매개로 ‘희망’을 전하고 ‘조화’를 이야기 한다. 각박한 현실에 그 희망을 담아봄직한 전시가 봄날의 빛을 더한다. 서울 종로 장은선갤러리에서 3일부터 열리는 김재호 조각전이다.작가의 조각 작품은 그의 주변환경과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되고 자신의 내면을 통해 여과되어 만들
완연한 봄이다. 따스한 기운이 차오르고 만물은 겨울내 켜켜이 쌓인 한기를 털어내고 온전한 몸을 드러낸다. 우주의 순환은 변함 없지만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인양 ‘현대’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 또한 그렇게 종속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본질이 망각, 외면되면서 시간과 물질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다. 이는 많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그러한 데는 인간이 ‘소리의 존재'라는 사실을 상실한 측면이 크다.인류학적으로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최초의 근인(根因)은 ‘소리’로, 하느님의 태초의 말씀이기도 하다. 창조된 모든 존재엔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젠더'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살피는 대규모 기획전을 연다.27일 개막하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은 불화나 불상 등 불교미술을 다뤘던 여타의 전시와는 달리 그동안 불교미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시아 불교 미술 속에서 불교는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리고 여성은 불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길래 맹렬히 불교에 귀의했는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라
‘오늘’을 지배하는 시공간은 ‘현대’이다. 현시대를 규정, 또는 특정하는 용어, 분석은 다양하지만 ‘속도’로 함의되는 현상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와 자연의 변화는 현대성을 특징짓는 징표들이다.온전한 시간을 해체하는 속도는 인간과 자연의 본질도 흔들며 폭력적 현대성을 가속화시킨다.이러한 시대를 매일 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속도의 절제, 본질적 사유를 통해 내면의 여유와 자아 회복의 시간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전시가 한창이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지난달 13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열리는 ‘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가 있다. 아이들만이 지닌, 또는 아이들을 통해서만 전할 수 있는 메시지와 예술적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북한미술 세계에서는 화가가 자신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환희의 순간에 추억의 사진을 대신해 초상화를 남겨 놓는 일이 많다. 그리고 동료 화가의 집에 놀러가서 즐거운 담화 속에서 그 화우에게 선물 그림으로 아이들의 초상화를 안겨주는 일화가 종종 있다. 정종여가 최도렬 딸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이쾌대가 리병효 딸의 초상화를 그려준 자료 등이 남아 있다.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어
꽃은 그 자태와 빛깔 및 향기 속에서 인간에게 환희와 안락감을 뿌려준다. 꽃들은 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생명력을 지상의 생물들에게 왕성히 전달하지만 나무군에 비해 비교적 짧은 수명으로 생명의 유한함과 무상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6.25 전쟁으로 4살 짜리 딸과 급작스런 생이별로 한평생 이산가족의 그리움과 한을 간직하며 살아야 했던 정온녀. 그녀는 불꽃같은 열정의 화가로서 소임을 다하며 북한의 신사임당으로 칭송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선배 한상익 화가와 부부의 인연을 맺지 못한 애절한 사연도 지니고 있다.그녀는 그 스스로 말하는 꽃
전 세계가 극찬한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영어’가 11일 한국서 출간됐다. 이 책은 20023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7억 달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야구와 영어를 어떻게 정복해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투타 겸업’ 분야를 깬 오타니가 메이저리그를 제패한 데는 영어가 한몫했다.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목표를 세운 오타니는 영어정복 목표도 세웠다. 오타니는 일상대화에서 영어에 지장이 없지만 팬들 앞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통역을 썼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장(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12일 "메세나는 단순한 예술 지원을 넘어 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윤 회장은 이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은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업과 문화·예술을 끈끈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또한 "예술 장르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 음악 활성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윤 회장은 지난달 20일 메세나협회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윤 회장은
단군 조선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남북은 분단 이전 같은 역사를 공유했다. 분단으로 체제가 갈리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졌지만, 불변하는 ‘민족’에 기반한 역사인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북한에서는 '주제화'라는 양식을 통해 사회성 높은 그림을 꾸준히 양산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물은 큰 범주에서 역사화라는 양식을 시의성 있게 맞춰서 사회주의적으로 변형, 특정 주제를 집약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북한의 역사화에는 가슴 아프고 뼈저린 역사적 실화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담고 냉엄하게 성찰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해방 직후와 일제
겨울 끝자락의 여운이 아직 서성이는 가운데 봄의 전령을 성큼 불러내 온기를 전하는 특별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옻칠’을 다양한 예술로 변주한 북촌 한옥마을 ‘서로재’ 학생 20명이 참여한 ‘봄, 漆(칠)’ 전시다.지난달 29일 종로 북촌의 송원아트센터에서 막을 연 전시는 옻칠을 매개로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창작품과 함께 서로재를 인연으로 한 사제(師弟)의 아름다운 예술 하모니를 보여준다.북촌 계동길에 자리한 서로재는 일반인이 옻칠을 통해 예술을 배우고 창작하는 옻칠학교이다. 서로재의 주인이자 스승인 나성숙 작가는 서울대 미대(응용
해바라기 꽃잎처럼 쭈뼛쭈뼛하게 산발한 갈기를 휘날리는 수사자의 위풍당당한 자태는 뭇 동물들과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 사자의 멋스러움과 위용은 인류에게 뿐만아니라 천지간의 생물들에게 어떤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불어넣는다.성서에도 하느님을 호위하는 동물은 사자이고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과 생사를 겨루는 동물은 주로 사자이다. 이렇게 서양의 종교와 문화와 전통에 있어 사자는 호랑이보다 연계와 유대감이 훨씬 더 공고하다.또한 모계사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암사자 무리는 협동정신과 단결력 그리고 지혜로운 생활력의 모범
북한 미술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표정은 어떨까?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천진난만한 표정은 여느 나라 어린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순진하고 앙증맞은 모습들에서 우리는 현실에 펼쳐진 꿈결같은 동화 속 장면을 연상하기도 한다.북한은 비록 물질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만큼은 다른 국가들 못지 않다. 체제 차이에 따른 사상교육은 차치하고라도 어린이에 대한 기본 교육은 큰 차이가 없고, 모든 어린이에게 유제품 등 영양식품을 무상 공급하거나 탁아소,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대한 사회적 지원 등 어린이 양
사료적 가치와 예술성을 함께 지닌 고려·조선 시대의 희귀 작품과 근현대 명작들이 고미술 전문 경매에 나온다. 마이아트옥션이 이달 29일 개최하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로 고서화, 도자 및 공예 등 총 187점의 작품이 출품된다.그 중 고려청자의 품격 높은 수려함과 조선백자의 풍류와 멋을 담은 도자들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조선관요박물관 전시 출품작인 '청자쌍룡장식향로'와 '청자상감쌍룡문도판'이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를 맞아 도자부분 메인을 장식한다.국내의 도자류 중에서 용이 도상화(圖像化)된 체계를 갖춘 것은 고려시대로 현전하는 유물
산(山)은 일상에서, 또는 예술로 변주돼 다양한 감흥을 전한다. 그중 회화, 특히 동양화에서 산은 가장 깊은 의미를 지니고 진가를 보인다.그런 산을 담은 작품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를 통해 세상과 만나왔다. 그만큼 산을 매개로 한 소통 방식도 다양하고, 각각의 울림도 다르다.현대화의 가속도에 동양화를 감상할 기회가 드물고, 제대로 된 산을 마주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모처럼 '산다운 산'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의 장은선갤러리에서 7일부터 열리는 신철균 작가의 초대전이다. '흑백 산야의
호랑이는 동양, 특히 한민족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우리나라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에 등장하기도 하는 호랑이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풍습과 문화, 정서 깊은 곳에 자리 잡아왔다. 호랑이가 선악을 가리어 악한 대상을 응징하고 선한 이들을 보호하는 인격화된 동물로 추앙되는 배경이기도 하다.미술에서도 호랑이는 민족적 상징이자 신통력 있는 영물(靈物)로 역사와 문화, 신화를 관통하는 매개가 되면서 호랑이의 신비롭고 선한 인격적인 측면이 동양의 화폭 속에서 다양한 형상으로 변주돼왔다.북한미술 속에서 호랑이
'눈(雪)'은 밤을 지상에서 하얗게 밝혀주는 거대한 등대이자 하늘의 달빛과 별빛을 반사해주는 거울이다. 낮에는 움직이는 생명체의 지나간 궤적을 고스란히 새겨서 보여주는 길잡이가 되어준다.북한의 겨울은 맹렬한 추위와 시린 바람이 말 그대로 겨울답다. 하지만 그런 겨울을, 역사를 사람들은 백두산의 웅혼한 기상으로, 백두대간의 변함없는 삼림처럼 견뎌왔다. 찬바람과 냉기가 감도는 한겨울을 감싸는 하얀 눈밭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며 심령을 깨끗하고 맑게 해준다.북한 대가들의 설경 유화 4편에 어리어 있는 그런 정취를 갤러리피코 정형
북한 미술에서 개와 고양이는 어떤 모습으로 형상되고 어떤 존재로 북한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을까? 개와 고양이는 동물을 사랑하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자식과 같이 귀여워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쏟아지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인형같이 보여지기도 하고 앳된 아이들로 비춰지기도 한다.북한미술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심의 나래를 펼쳐주기도 하고 화목한 부부의 다정한 모습으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북한미술 전문가 갤러리피코 정형렬 대표의 해설 속에 노니는 개와 고양이의 다양한 해학적인 모습들을
한겨울에는 모든 컬러풀한 꽃들이 사라지고 그들을 대신해 천상에서 뿌려주는 하얀 눈꽃과 대기의 찬기운 속에 영그는 투명한 서리꽃이 대지의 사물에 안착하여 소리없이 핀다.눈꽃은 담백한 시각적 소박미를 일깨워주고 고요한 정서적 청순미를 환기시켜준다. 눈꽃은 바람에 포말처럼 흩날리는데 비해 서리꽃은 산호초 껍질처럼 견고하게 들러붙어 햇볕에 노출돼야만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북한의 조선화에서는 여백을 활용한 설경 풍경 속에서 유난히도 역필(역채색)의 기법이 자유자재로 활용되고 풍부한 공간미가 창출된다. 아래의 북한의 설경 명작 4편에서 정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