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중단 명분 없어…文 임기 말 '빅 이벤트' 기회도 살려야
훈련 이달 중 예정대로 실시 가닥…남북 추동력 이어갈 계기 고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남북이 통신선을 복원하며 관계 회복에 의미 있는 행보를 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로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군은 일단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을 이달 중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통신선 복구로 마련한 대화 계기를 이어갈 방안을 구상하기까지는 약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남북 정상이 지난 4월부터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계기로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지난달 27일 통신선을 복구한 지 닷새 만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훈련을 전면 중단하지 않으면 남북 통신선 복원과는 무관하게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초 남북 통신선의 전면 복원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no deal)' 이후 사실상 어려워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로 전망됐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 이후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북한과 논의할 의제 리스트를 작성하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은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것을 두고 "(남한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지어(심지어) 북남 수뇌회담(정상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하며 기류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 3년간의 남북 관계를 상기하며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으면 4·27 공동선언 이후 남북 관계가 교착됐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대북 전단(삐라)과 더불어 북한이 남북관계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여러 차례 지적했던 사안이다. 대북 전단은 지난해 6월 김 부부장을 필두로 시작한 대남 대적 사업의 명분이 됐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이 나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하자 북한에서도 나름의 성과로 받아들인 분위기였다.  

반면 '연합훈련 전면 중단'은 대북 전단과 달리 명분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대북 '빅 이벤트' 역시 중요한 과제지만 한미 연합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비롯한 한미 안보동맹과 긴밀히 관련돼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올해 1월 임기 초부터 한미 훈련과 그에 따른 연합 대비 태세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김 부부장 담화 이후 훈련을 중단하거나 연기한다면 '김여정 하명'에 따르는 것이라는 논란이 또 제기될 것이 분명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군은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오는 10일부터 나흘간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실시한 뒤 16~26일 본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치러지는 등 규모는 최소화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훈련이 '로 키'로 진행되더라도 북한은 이에 반발하는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 역시 남북 통신선 복구를 남북관계에 의미가 있는 '수뇌(정상)'의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더라도 지난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대적 사업' 때와 같이 파국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제시할 추가적인 '청구서'에 우리 측이 대응할 카드가 무엇이냐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하면서도 북한이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해 관심을 가질만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후반기 한미훈련의 시기·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지난달 30일 '훈련 연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통일부도 "언급할 게 없다"며 추가적인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역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뒤에도 이렇다할 입장이나 행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훈련 규모, 시기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설득할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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