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대결' 강조한 北…"한반도 안정적 관리"
다만 북미·남북대화 가능성은 시간이 걸릴 수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SBS 캡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SBS 캡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약 6개월 간의 침묵을 유지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입을 열었다.

김 총비서는 거친 비난은 자제하고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하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추후 남북·북미 관계가 주목된다.

1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3일차 회의가 개최된 사실을 알리며, 김 총비서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시고 금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 전술적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총비서가 "국가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김 총비서는 "중요한 국제 및 지역문제들에 관한 대외 정책적 입장과 원칙들을 표명했다"면서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데에 대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한 후 지속적으로 한미 당국이 북한에게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적인 입장이다.

미국은 그간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대북 정책을 발표하는 동시에 북한에 물밑 접촉을 시도해왔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는 남북 판문점선언 및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를 지켜본 북한이 거친 비난보다는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은 향후 북한이 북미, 남북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화 시점이나 방식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존에 침묵과 무반응 기조를 유지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것만으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의 발언은 지금 대미 대결 구도에 나서겠다기보다는 당장 미국과의 '대화'는 없이 긴장된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상대의 대응에 따라 가능한 선택지를 언급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긴장감은 해소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진행한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은 "'선대선·강대강' 원칙을 유지하며 미국의 입장에 비례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미국이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대북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에 대한 명시적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고 판단해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간에 출발선에 대한 시각차, 시간차가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대미·대남 비난이나 압박은 없었지만, 전원회의 성격상 대내 문제에 보다 치중하고 있고 대미·대남 비판적 논의는 하고도 보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화도 준비한다는 태도를 표명함으로써 북미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당장 대화에 나서겠다는 예측은 섣부르지만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미국과의 대화에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북미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북한이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김 총비서는 당과 정부의 대외 정책 입장과 원칙을 제시하며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전체적인 시각에서 대외 또는 외교적인 문제는 큰 의제가 아니며, 북한의 관심사는 '내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는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내치'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경제 건설 등 내치에 온 힘을 쏟아붓기 위해 대외 여건 확보의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남북관계보다는 북미관계에 더 주안점을 두고 북미관계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북한이 대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현 단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좀더 지켜보면서 내부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당분간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이든 정부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8월 한미연합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의 성 김 특별대표가 21일 방한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21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의 의중을 비중 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정대진 교수는 "획기적인 대외관계 전환에 대한 시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 또는 남북 간의 대화 재개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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