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의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한 가운데, 그룹의 앞날은 아들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조현준·현상 형제에게 독립 경영을 물려주기 위한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이는 조홍제 창업주의 방식과도 닮아있다. 조 창업주는 경영 승계를 위해 지난 1980년 효성그룹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기존 효성은 장남인 조 명예회장이 이어받았고,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은 각각 차남(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3남(조욱래 DSDL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해 계열 분리를 하였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를 맡기로 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비슷하다. 미래에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의 싹을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다.

형제간 별도의 회사를 꾸리게 되면서 핵심 사업의 혁신은 물론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립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현준 회장은 섬유·에너지·건설·석유화학 등 견고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존 지주회사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의 건설 부문과 효성화학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그룹의 전통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꾸준히 해줄 수 있는 사업이다.

효성중공업이 기존 중공업·건설 부문 각자대표 체제에서 우태희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 것도 에너지 신산업을 개척하고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 대표는 산업부 제2차관으로 재임하면서 국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한 이력이 있다. 에너지 신(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에 총 42조원을 투자키로 한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이 대표적이다. 대한상의에서도 청정수소인증제, 청정수소발전제도 및 인센티브 마련 등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우 대표는 효성중공업이 추진 중인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그간 수소와 데이터센터 등 그룹 신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효성그룹은 수소를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도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혁명의 근간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에너지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는 2010년부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수소 사업의 성공도 조 회장의 미션으로 남았다.

조현상 부회장의 신설 지주회사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보다 공격적이다. 중심은 효성첨단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슈퍼섬유'로 각광 받고 있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현재 연산 9000톤 규모인 탄소섬유 생산능력의 경우 2028년까지 2만4000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향후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지분 10.14%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티앤씨(9.07%), 효성화학(7.48%), 효성중공업(10.55%), 효성첨단소재(10.32%) 등 주요 계열사 지분율도 적잖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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