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독일대사, 토론회서 우크라 전쟁과 북한 연결해 비교
北, 러시아 우크라 침공 당시 노동신문 논설 실어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무기를 포기한 나라가 침공당했다는 메시지이다."

롤프 마파엘 전 주한독일대사가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와 글로벌 안보'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직후인 2012∼2016년 주한 대사로 근무해 한반도 상황에 밝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마파엘 전 대사의 발언은 시사성을 갖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핵비확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로 거론된다. 자발적으로 핵폐기를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말부터 몰아닥친 동구 사회주의권 와해의 흐름 속에 소련 연방이 붕괴되면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갑작스럽게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가로 등장했다.

전략 핵탄두만 해도 1천기를 넘었고, 176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대략 2천개로 추정되는 전술 핵탄두 등을 보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핵폐기의 길을 선택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4회에 걸쳐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했으며, 2002년 1월까지 자국 영토 내 모든 전략 폭격기들을 해체해 러시아로 이전하거나 비군사용으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핵폐기에 호응해 미국은 신생국의 재건을 위한 명분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섰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정부는 이른바 '넌·루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4억6천만 달러를 지원해 비핵화를 완료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11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크라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협정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비핵국가로 남는다는 조건으로 국경선 존중과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등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물론 당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자발적인 핵 폐기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 특히 군부는 핵을 포기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정치적·군사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핵 폐기 사례가 다시 부각됐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핵무기가 갖는 강력한 억지력을 새삼 상기시킨 장면이었다.

북한도 당시 반응했다. 2022년 7월4일 노동신문은 "위대한 김정은 시대는 우리 인민의 반만년의 숙원이 성취되는 영광의 시대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을 실었다.

논설은 "역사와 현실이 보여주듯이 외부적 압력에 굴복하여 군력 강화를 중도반단(중간에 흐지부지됨)하는 나라와 민족은 애당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발적 핵폐기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20여 년이 흐른 시점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것을 자세히 전했다.

마파엘 전 대사가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이유다.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에 집착하는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상범 주독일 대사는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북한 주민의 자유를 확대하는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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