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CEO '농협맨'vs '증권맨' 격돌
강 회장 "농민 주인 되는 금융으로 개혁돼야"

NH투자증권 사옥 전경.NH증권 제공
NH투자증권 사옥 전경.NH증권 제공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강호동 회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새 농협 만들자는 비전으로 농민이 주인인 농협, 농민이 잘 사는 농협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40년 가까운 기간 농촌에서 농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지역농협 직원과 조합장, 농협중앙회 이사 등 농협의 여러 부문을 두루 거치며 탄탄한 실무능력과 현장 중심의 풍부한 경험을 쌓은 강 회장의 경력에 기반한다.

강 회장은 농협의 조직 역시 농민을 위한 ‘새로운 농협’에 맞춰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농민과 농협’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 회장의 야심찬 비전은 출발부터 곤경을 겪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농협금융의 자회사인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문제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63)과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57),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60) 중 한 명을 사장 후보로 선정한다. 이어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유 전 부회장은 1988년 입사해 2022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만 몸담았다. 농협중앙회의 ‘기획통’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앙회 상호금융마케팅국장, 충남지역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농협자산관리 대표이사 등을 두루 지낸 ‘정통 농협인’이다. 요직을 거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내부 신망도이 두텁다. 

윤 대표는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해 20년간 커버리지, 현재 NH투자증권 IB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정영채 현 사장과 약 20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내부 인사다.

사 전 부사장은 1998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후 홀세일본부장, 자산관리(WM)본부장, 리테일 본부장, 채널영업부문장 등을 역임한 ‘영업통’으로 꼽힌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인물은 유 전 부회장이다. 순수 증권맨 출신은 아니지만, ‘기획통’으로 NH투자증권과 농협 간 융합 및 내부 조직 다지기 등을 이끌어 낼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강 신임 회장 입장에서도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농협맨’인 유 전 부회장이 적합하다. 2014년 농협금융에 인수된 NH투자증권이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다른 자회사와의 협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농협인 출신 CEO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조직 폐쇄성은 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계열사들의 내부 비리 등 금융사고 발생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이 독립 경영을 이유로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불건전 영업 행위 관련으로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독립경영에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자회사들과의 협력관계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농협과의 공동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는 ‘농협인’ 출신이 적합하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신경분리 원칙에 따라 증권맨 출신의 전문성을 고려해 금융계열사 인사를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민을 위한 금융은 취약하고 농민과 무관한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농협과의 관계성,  전반적인 통일성이 낮은 게 현실이다. 

또한 증권맨 출신, 특히 ‘우리투자증권’ 출신들이 CEO를 연달아 맡으면서 합병 후 10년째 특정 증권사 출신이 NH투자증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 편중 현상도 지적되고 있다.

강 회장은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농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농민을 위한 농협에 NH투자증권이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강 회장 취임 후 금융계열사 첫 주요 인사가 농민을 위한  ‘범농협 ' 차원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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