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한반도 6.25전쟁 직전 상황 닮아…김정은 전쟁 결단한듯"
北전문가 "북한, 남한이 먼저 무력 도발 않는 한 전쟁하지 않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밝혔다.(조선중앙TV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밝혔다.(조선중앙TV 갈무리)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쟁에 나설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남한이나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자위권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먼저 남한과 전쟁하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정세는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너무 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김정은이 1950년 할아버지처럼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 계획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이 일상적으로 경고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 결렬되자 김 총비서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기했고, 이후 북한 정책에 변화가 생겼다고 봤다.

이들은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그의 할아버지가 구상했던 것, 그의 아버지가 시도했지만 결코 달성하지 못한 것, 즉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려고 했다"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그는 그것이 실패하자 충격에 빠졌다"고 적었다.

이어 "(전쟁) 결단이 내려졌다는 명백한 징후는 2021년 여름과 가을에 나타났다"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등 국제 지형의 변화로 전쟁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23년 초부터 전쟁 준비 주제는 국내 소비를 위한 북한 고위급 성명서에 정기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김정은은 '통일을 위한 혁명전쟁 준비'라는 표현까지 부활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예상처럼 김정은이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대화할 방법이 없다고 확신했다면, 끝은 무기고를 활용한 군사적 해결책"이라며 "그리고 이어진 전쟁에서 한국과 미국이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 승리는 공허할 것"이라고 적었다.

김 총비서는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와의 대결 자세를 고취하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적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 北전문가 "북한, 남한과의 전쟁 생각 안해 전쟁 여부 남한에 달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이나 동포들은 "북한은 전쟁할 생각도 관심도 없다. 미국이나 남한이 무력으로 공격하면 그땐 전쟁을 하겠지만 현재 북한의 최고 관심은 '경제'이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단둥의 동포 무역상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북한은 '경제'가 최우선이고, 최전방 병력까지 산업 현장에 투입할 정도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전방 군인까지 동원돼 러시아에 팔 무기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제대 군인은 러시아 원양어선이나 건설노동자로 나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도 "북한은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충분한 자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먼저 남한을 공격하는 전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전쟁을 먼저 일으키는 없고, 그런 상황이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오히려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총비서도 남한이 먼저 북한에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 않았느냐"며 "남한 언론과 인사들이 남북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려되자 김 총비서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기하고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오류'라고 단정했다.

그는 "북미 대화는 미국이 먼저 요청했고, 김정은은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나갔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엉뚱한 말을 해 회담이 결렬됐다"며 "이후 북한은 자위력 차원에서 지속해온 핵무기 고도화와 신형무기 개발을 이어갔을 뿐 남한과의 전쟁을 준비했다는 분석은 사실과 전혀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동포 소식통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결국 망하게 된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북한이 망하는 길이기 때문에 미국에게 공격당하지 않는 한 먼저 전쟁을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비서의 발언에서 나왔듯 북한이 공격받을 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고, 핵 역시 '자위적 방위력' 이라고 했다"면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미국을 상대하는 것이기도 해 사실상 먼저 전쟁을 도발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