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폴란드선 100만명 시위…우크라 지원 '흔들'
나토국 슬로바키아 친러 당 집권…尹정부 우크라 지원 확고
전문가 "결국 러시아 승리로 끝나…한국 장기 안목 가져야"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지원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강력한 우방국을 자처해왔던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리하다시피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지원에 비협조적이다.

전쟁 초반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그러한 데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측면과 함께 러시아의 무역, 금융 등을 본쇄하면 러시아가 물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하면서 관련국의 상황은 급변했다. 러시아는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곡물가, 유가 상승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고, 중국이 러시아산 오일과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대(對)러 봉쇄 조치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오던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곡물가 등으로 낭패를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을 취하기도 한다.

폴란드에선 우크라이나에 무조건적 지원을 제공해왔던 집권여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에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친러시아 ·반미국 성향의 야당 사회민주당(SD·스메르)이 집권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는 오는 15일 총선을 앞둔 폴란드 제1야당 시민강령당(PO)이 수도 바르샤바에서 반정부 집회를 개최했다. 우치·바우브지흐·크라쿠프 등 다른 도시에서도 유사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1980년대 폴란드 공산주의 정권에 반대했던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해졌다.

PO는 중도우파 성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쟁 물자 지원에 찬성해왔지만, 현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지원을 했다며 비난했다. 또한 폴란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PiS는 38% 지지율로 31%의 PO를 다소 앞서고 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PO와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여름 이후 급격히 좁혀지는 추세다.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SD의 승리를 이끈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는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더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도 지원 반대나 축소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 연방의회는 지난달 30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우선 처리해 정부의 일시 업무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 사태를 피했다. 그런데 해당 임시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 하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공화당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이지만, 미국의 추가 지원이 축소되거나 아예 끊기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은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전쟁 초기와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이다. 최근 독일은 연립정부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루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고, 우크라이나 지역에 독일군 요원 파견이나 훈련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움직임은 다른 나토 회원국에도 확산되는 등 미국의 조치를 외면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 尹정부 우크라 지원 늘려… 장기 안목 필요, 러시아 보복 우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우크러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파병이나 군수물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없고, 폴란드 등 인접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형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인도 뉴델리 G20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내년에 3억 달러(약 3970억 원) 무상 지원, 2025년 이후에는 20억 달러(약 2조 6500억 원) 유상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에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지원은 당연한 일이고,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미국에 떠밀려 하는 정황이 있고,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워싱톤 사정에 밝은 국제관계 전문가인 재미동포는 "폴란드 등에 대한 무기판매나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는 사실상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전 장기화가 러시아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고 미국엔 인플레이션과 우방국들의 신뢰 훼손 등 잃는 게 많아 조기에 전쟁을 끝내냐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내년 대선 때문에 우크라이나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대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한국도 이 점을 참작할 필ㅇㅛ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최성훈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크라이나전은 러시아가 장기전으로 끌고가고 있고, 미국은 이 전쟁을 밀고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우방국들이 점차 발을 빼고 있는 진퇴양난 상황"이라며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쟁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전은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며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가 작정을 하면 며칠내로 전쟁을 끝낼 수 있음에도 재래식 무기로 장기전을 하는 것은 전쟁을 통해 얻는 정치·경제적 이득이 매우 크기 떄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아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고, 이를 통해 우방국을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유럽은 에너지난과 고물가로 인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고, 중동과 아프리카는 러시아에 곡믈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한국만 해도 삼성전자,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다른 기업들도 러시와의 경협이 크게 줄었다.

최 연구위원은 "국제 외교에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경구가 있는데 현 정부의 외교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기울어 있고, 우크라이나 지원도 너무 드러내놓고 해 우려가 된다"면서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한국을 흔들만한 일도 적이 않은데 중국, 북한과 함께 할 경우엔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나 관계는 러시아뿐 아니라 관련국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살펴보고 전쟁 이후까지 고려하는 장기적인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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