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하나 현실과 거리도
미국·일본, 오히려 북한과 대화 원해…北은 무시
尹정부 과도한 북중러 공격, 역풍 맞을 수 있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통일부
김영호 통일부 장관 Ⓒ통일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도쿄나 워싱턴으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26일 이뤄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 장관이 개별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첫 인터뷰 상대로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을 택했다.

김 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두고 전문가는 물론, 특히 북한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해 실제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 지를 알지 못하고 나온 발언이라는 것이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지성규 선임연구위원은 "김 장관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지만 현실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2021년 초 출범할 때부터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에 의해 거절당했다"면서 "이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행동을 할 떄마다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지만, 항상 '외교'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아쉬운 쪽은 미국이지 북한이아니라는 게 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워싱톤 사정에 정통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트럼프 정부를 거쳐 현재까지 북한 비핵화가 실패했고,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능해지자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인 대응을 할 경우 평양 공격의 빌미를 찾게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하루빨리 북한과 대화를 하든, 북한과의 충돌로 접촉을 하든 존재감을 보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더이상 바이든 정부를 상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한국·일본을 앞세우거나 연대해 북한을 끌어내려는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에 정통한 중국 단둥의 동포 소식통은 김 장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조선(북한)을 모를뿐 아니라 이남과 미국, 일본이 합세해 조선과 싸운다는 것은 민족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조선의 지식인들은 '밑으로 처먹고 입으로 배설하는 놈이 정신없이 지껄이는 소리'라고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수없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중국에서 북한 고위층과 접촉한 적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이 전한 북한 지식인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김정은 지도자가 만나자고 하면 바이든이든, 기시다이든 네 발로 기어서라도 들어오려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먼저 일본이나 미국을 가는 일은 없고,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속을 태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은 지난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공식 담화에서 '외국'을 뜻하는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처음 쓴 이래 최근까지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며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김 장관이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도쿄나 워싱턴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은 발생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거꾸로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를 앞세워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는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게 됐다.

한미일 연대에 상응해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생명선이자 수출길이 막힐 수 있게 된것이다.

한국의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남미로 가려면 러시아 해역을 지나야 하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수출은 대만해협을 지나야 한다.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와 중국이 수출 길목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항공모함을 배치할 경우 사실상 수출은 어렵게 된다.

기후온난화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한국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수출 항로 문제는 미국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한미일 연대가 북·중·러의 반발을 부를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 국가 전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핵포기를 위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노골적으로 밝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 장관의 인터뷰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및 국제상황을 이해하는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향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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