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바흐무트 수복' 고수하지만 美 갸우뚱
바이든 발표한 군사 지원에 젤렌스키 숙원 '에이태큼스' 또 빠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개월만에 미국을 다시 찾았으나, 오히려 전쟁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가 확인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군사 전략, 지원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간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먼저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미국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동부 최격전지 바흐무트를 연내 탈환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시 두 군데를 추가로 수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과 군 당국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이유로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며 바흐무트에서 싸워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고 NYT는 지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미 앞서 지난 3월 바흐무트에 대해 "전략·작전 측면의 가치보다는 상징적인 가치에 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러 전략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계획은 때로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갈라놓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방면보다는 남부에 위치한 멜리토폴 해방에 군사력을 더욱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NYT는 설명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점점 반격에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멜리토폴을 탈환할 경우 단거리 포병 전력으로 크림반도에 위치한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타격할 수 있어 러시아군의 군사적 거점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밭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이 발목잡힌 가운데, 곧 초겨울 우기가 다가올 경우 전장이 진창으로 변해버리면서 진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미국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놓고 "나는 그가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휴식을 모색하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은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3억2500만 달러(약 4350억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으나,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또다시 배제됐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야당 공화당에서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지속해서 내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군의 전쟁 의지에 회의적"이라며 "그런 군에 첨단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럽이 초기와 달리 미국에 비협조적이고, 군수물자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미국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주장대로 유럽의 지원만 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끝날줄 알았는데 오히려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유럽에 공급돼온 러시아 에너지가 중단되면서 유럽은 에너지 대란에다 물가까지 폭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각국의 여론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어서 미국까지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싶지만 현재는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무기지원은 바이든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져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간극이 더 멀어지고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