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통해 "북미대화·남북대화 대전환 위해 마지막 노력" 강조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코로나 방역 남북공동 추진… '대화'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축년 새해 신년사를 통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재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년 재임 중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한 국정과제로 '남북관계' 를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남북관계 개선을 국정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아 전력했고, 역대 대통령 중 남북 정상회담을 세차레나 가졌다.

문 대총령은 당선 후 첫 신년사였던 2018년에 "임기 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밝히는 등 ‘평화’를 16차례 강조했다. ‘평화’와 함께 사용되는 ‘한반도’도 10회 사용했을 정도로 남북관계에 비중을 뒀다. 당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본격적인 임기 후반에 들어선 2020년 신년사에선 ‘경제’와 ‘평화’가 각각 17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다. 

올해는 문 대통령 임기 4년차로 남북관계는 취임 초·중반과 달리 매우 악화된 상황에 놓여있다. 2019년  2월 2차 북미 간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고, 현재는 개선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때문인지 올해 신년사에는 ‘평화’ 단어는 6회 사용에 그쳤으며, 임기 전반기에 강조해 온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남북간 합의이행 역행'을 문제삼으며 얼어붙어 있는 남북관계의 책임을 우리 정부로 떠넘긴 데 대해 '공동 이행'을 강조하면서 대응했다. 

◇한반도 대전환 위해 '마지막 노력'…코로나 공동방역 제안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 노력'이란 표현을 한 것은 남북·북미 관계에서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올해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내년은 3월 9일 차기 대선이 있는 관계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전력할 상황이 아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실현 가능한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추진을 위한 남북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비대면을 통한 남북대화까지도 문호를 열어둔 셈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남북간 적대적 긴장과 전쟁 위협을 없애고,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다. 남북한이 새로운 경제 공동체로 번영을 이루며 공존하는 ‘신 한반도 체제’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련의 노력과 과정을 통칭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기존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달리 남북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하는 연속된 대화 과정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각국이 서로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쌓아가며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점을 만들어 냈다. 이 과정을 이끌어내는데 남-북-미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북한이 문 대통량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초에 열린 제8차 당 대회에서 방역 협력과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 협력 등을 재차 강조한 것은 코로나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간 협력을 넓혀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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