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측 사전접촉 막아달라"…조국 재판선 "신문 전 檢 다녀왔냐"
일선 변호사들 "증언회유 등 없다면 檢·辯 사전접촉, 위법 아냐"
검사나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 예정인 증인을 사전에 접촉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내외 이목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과 관련된 것이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 사건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증인 사전 접촉을 문제 삼았고, 반대로 조 전 장관 사건에서 변호인은 검찰의 증인 사전 접촉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공방을 벌였다.
◇ 檢 "이재용 변호인, 증인 사전 접촉 부적절"
지난 8일 회계부정·불법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재판에 앞서 검찰은 의견서를 하나 제출한다. 증인으로 나올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 변호인이 증인신문 전 사전에 접촉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이를 재판부에서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변호인은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했는데 변호인은 (면담을) 하지 말라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면담을 하지 말라는 것은 검찰 시각의 조서와 증거만 보고 변론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반면 검찰은 "주신문 전에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을 접촉해 회사 직원인 증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 상황을 만드는 게 적절하다고 누가 말하겠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변호인의 사전 접촉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대철 민주당 최고의원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검찰공권력 남용 위헌확인소송과 형사재판 대법원 판례다.
1999년 정 의원은 주식회사 경성 대표이사 이재학씨로부터 고양시 탄현아파트 신축 사업계획승인신청과 관련 고양시장에게 청탁해 줄 것을 부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1, 2심은 이씨의 검찰 진술, 법정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정 의원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 의원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검찰이 이씨를 매일 소환해 변호인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는 정 의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검사든 피고인이든 공평하게 증인에 접근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며 "검사와 피고인 쌍방 중 어느 한편에게만 증인과의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상대방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헌재 판단을 근거로 이씨의 진술과 증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헌재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변호인의 사전 증인 접촉은 정당한 재판 받을 권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사전접촉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적절성 여부 판단을 보류했다.
◇ 조국 변호인 "증인 출석 전 검찰 다녀왔냐"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변호인의 증인 사전 접촉이 문제가 됐다면 그보다 앞선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반대로 검찰의 사전 접촉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5월과 6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재판 심리가 진행됐다. 5월 열린 1회 공판에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변호인은 "증인 출석 예정된 직후인 4월27일과 28일에 검찰에 출석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특감반장은 "날짜는 기억 안 나지만 검찰청에 다녀왔다. 진술한 지 너무 오래돼 기억환기 차원에서 검사님을 뵙고 제가 받은 조서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진 공판기일에서는 재판장이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특감반원이던 이모씨가 증인 출석 전 검찰에 다녀와 진술조서를 확인했다는 대답을 듣고 "증인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수사기관에 다시 가 진술을 확인하는 게 허용되는 건가"라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본인이 와서 조서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거나, 열람등사를 신청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는 "신청해 보는 건 좋은데 검사님과 같이 보는 것이 허용되는 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라며 "검사들도 일반 증인들에게 '피고인과 연락하는 경우가 있냐'면서 (변호인이 그런 경우 검찰은)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법조계 "檢·辯 증인 사전접촉, 위법 아냐…문제 없어"
일선의 변호사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뉴스1> 취재에 응한 변호사들 전부 이 전 부회장과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문제가 됐던 검찰과 변호인의 사전접촉 정도라면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변호인이 증인을 만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런 부분은 사실은 변호인의 변론권 방법 중 너무나 당연하게 보장되는 것"이라며 "다만 위증 교사나 부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가 사전에 증인을 접촉하는 것은 변론권 차원에서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고, 사법연수원 교재에도 나와있다"며 "검찰의 증인신문 전 조서 열람 권유도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거절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전문 B 변호사도 "허위 진술을 하게 하면서 대가를 지불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으면 범죄가 아니라 사전 접촉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은 법원 차원에서 증언의 신빙성을 어느정도까지 인정될지 여부가 문제될 뿐 강제로 이를 금지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B 변호사는 "최근 변호하는 사건에서 증인을 접촉했다가 피해자 쪽이 재판부에 항의하자 재판부가 접근 자제를 요청한 경우가 있다"며 "일단 법원에서는 검찰이든 변호사든 모두 사전접촉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C 변호사도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어느정도까지 인정할지 차원의 문제이지, 검사와 변호인의 사전접촉이 위법이니까 증거능력이 없고 막아야 한다고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증인이 자유로운 의사 선택 하에 검찰과 변호인을 접촉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증인의 자유의사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권력 기관이라 좀 더 엄격하게 봐야하지만, 증인 증언의 증거능력이 배척된 정대철 의원 사건은 증인을 시도때도 없이 부르는 극단적인 경우"라며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문제가 됐던 수준이라면 정대철 의원 사건과는 다르게 봐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