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위기' '장기봉쇄' 등 내부적 문제만 언급
연락통신선 복구 이후 대남·대미 관계 위한 '숨고르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27일)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27일)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

남북 당국이 1년1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개한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서 남한과 미국을 향해 유화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김 총비서는 대남·대미를 자극할만한 '핵억제력' 등 국방 관련 언급을 제외하고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김 총비서가 제68주년 전승절(전정협정체결일) 기념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있어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난과 애로는 전쟁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승세대가 가장 큰 국난에 직면해 가장 큰 용기를 발휘하고 가장 큰 승리와 영예를 안아온 것처럼 우리 세대도 그 훌륭한 전통을 이어 오늘의 어려운 고비를 보다 큰 새 승리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장기적인 국경봉쇄 등으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을 독려하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이 외에도 김 총비서는 노병들의 공적을 치하하고 청년층의 민심을 다독이며 충성심을 고취하는 내용들을 부각했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지난해와 같이 '핵억제력'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며, 대외적으로 무력 행보를 시사할 만한 대목은 전혀 담기지 않은 부분이다. 아울러 국방공업, 무기개발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다만 국방력과 관련 김 총비서는 "우리 혁명 무력은 변화되는 그 어떤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영웅적인 전투정신과 고상한 정치·도덕적 풍모로 자기의 위력을 더욱 불패의 것으로 다지면서 국가방위와 사회주의 건설의 전초선들에 억척같이 서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또 기존에 미국에 대해 '미 제국주의의 날강도적인 침략'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국가 무력 침범자'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기존에 외부를 적대세력으로 강하게 비난하며 내부결속을 이끌던 북한의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이러한 김 총비서의 연설은 전날 남북 당국이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하기로 한 이후의 첫 발언으로, 향후 대외관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남·대미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연락선 복구를 계기로 남북관계 회복 후 북미 대화까지 이끌어 보려고 하는 북한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대남·대미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이유는 이번 행사 자체가 '전승절'이라고 불리는 내부적 행사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노병대회 연설 중에서도 대미나 대남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국방력을 강조하는 '핵'이나 미국을 비난하는 언급이 존재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발언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이례적으로 제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연설에서는 북한 내부적으로 급박한 문제인 '보건위기' '장기봉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부각하고 내부를 결속을 강조하려고 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북한은 김 총비서의 메시지를 통해 내부결속 도모하며 추가 대외행보를 위해 일종의 숨고르기를 하며 안정적으로 정세를 관리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러면서 대남·대미의 반응을 살핀 후 대외행보에 나설 분위기를 잴 것으로 전망된다.

민대호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