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종훈 형제 추천 5인 모두 과반 찬성 득표
송영숙 임주현 모녀 추천 6인 과반 미달…현장 불참

소액주주들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OCI 그룹과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 손을 들어줬다.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위임장 확인과 의안 투표 집계 등 장시간에 걸쳐 나온 결론이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 화성시 소재 라비돌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 신규 선임의 안건, 재무제표 승인 안건, 이사보수 한도의 건 등을 결의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 최대 6석의 신규 이사회 자리를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회사 정관에 따라 위임 및 참석 주주의 절반 이상이 찬성을 표하면 최대 10명의 이사회 구성이 가능하다.

◇형제측 추천 5인, 과반 '찬성'…모녀 측 6명 전원 '미달' 

현재 이사회 구성원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사내이사), 신유철 사외이사, 김용덕 사외이사, 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이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회장 측은 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등 6명의 후보를 내세웠고, 반대 측은 임종윤·종훈 사내이사 등 5명의 후보를 제안했다.

앞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은 친인척, 재단, 국민연금 등 우호 지분을 42.67%까지 확보했다. 이에 비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지를 포함해 40.56%까지 우군을 모았다.

이에 이날 주총에선 13.64%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사실상 결과를 냈다. 주총에는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있는 주식 6776만3663주 가운데 88%(현장 참석, 위임장 및 대리인 포함)인 5962만 4506주가 모였다. 

개표 결과, 임주현 사내이사와 이우현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한 송영숙 회장 측 추천 이사 6인은 전체 주식의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보통 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임주현 사장의 경우 2859만 709주(약 48%), 이우현 회장은 2864만 592주(48%)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임종윤 형제 측 주주제안 이사들은 5인 모두 50%가 넘는 찬성 표를 얻었다. 임 종윤 전 사장은 52.2%에 달하는 3114만 7995주의 표를 받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또 동생 임종훈 전 사장은 3087만 2384주(51.8%)의 찬성표를 얻었다.

◇임종윤 측 이사회 장악 성공…한미-OCI 통합 사실상 무산

이날 주총은 결과에 따라 경영권과 그룹 사업에 영향력이 있는 만큼 장시간 진통을 겪었다. 주총 시작 예정 시간은 오전 9시였으나, 양측에 위임장을 제출한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3시간여 지연됐다.

송영숙 회장은 이날 주총에 건강 이유로 불참했고,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임주현 부회장도 끝내 주총장을 찾지 않았다.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이날 주총장을 찾았으나, 개표 전 자리를 먼저 떠났다.

이번 주총 결과로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날 표결 결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송영숙 회장 측 이사 4인 대 임종윤·종훈 형제 측 5인이다.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OCI 통합을 저지할 수 있다.

통합을 추진했던 OCI홀딩스도 이날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임종윤 신규 사내이사 측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한미그룹에 1조원 투자 유치와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면서 "송 회장님 측에서 (결과에 불복해) 임시 주총을 개최하려면 지분이 필요한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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