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준공식·공수부대 훈련 동행…'후계자설' 속 존재감 부각 연출
주애에 '향도' 표현…北전문가 "김정은 신변 보호 주목적, 女 지도자 한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군 훈련 현장에서 김 총비서와 군 간부들보다 앞에 서서 망원경을 들고 공수부대의 훈련을 지켜보는 사진이 공개됐다.

아울러 북한 매체에서 주애를 '향도의 위대한 분'이라고 언급한 듯한 표현도 나와 관심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 총비서가 지난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하고, 항공륙전병부대(우리의 공수부대)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두 일정 모두 딸인 주애가 동행했다.

주애의 등장은 지난달 8일 '건군절'(인민군 창건) 76돌을 맞아 김 총비서와 함께 국방성을 축하 방문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주애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김 총비서의 군사 분야 시찰에 함께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경제 경제, 민생 현장에도 얼굴을 내밀며 군사와 경제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애의 경제 현장 시찰 동행은 지난해 2월 서포지구 새거리 착공식과 지난 1월 광천닭공장(양계장) 시찰에 이어 이번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 항공륙전병부대 훈련에서는 마치 '최고지도자' 같은 모습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공개된 사진 중에는 주애가 망원경으로 군인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장면이 있다. 주애는 군 간부들은 물론 김 총비서보다 앞에 서서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는 군사 현장을 지도하는 김 총비서를 연상케 한다.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사진은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1호'의 연출 사진 중 하나다.

사진의 초점이 주애에게 맞춰져 있고, 김 총비서는 한발 물러난 모습도 주목된다. 북한은 공식 행사에서 간부 등 참가자들의 동선까지 섬세하게 점검하기 때문에 최고지도자 앞에 누군가 서는 행위는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미뤄보면 이번 주애의 사진은 이례적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9일 항공절을 맞아 김 총비서와 시위 비행을 참관했을 때도 이와 같은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 주애는 김 총비서와 함께 나란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군 간부들 앞에 자리했는데 이 중에는 김 총비서보다 조금 더 앞쪽에 서 있는 모습도 있다.

이날 주애의 복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애는 와인색 롱 가죽 코트를 입고 나왔는데 사실상 김 총비서 특유의 패션인 '가죽 코트 패션'을 주애가 자주 따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주애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연출로 인해  그의 후계자설이 또 다시 등장했다. 

특히 이날 신문에서 주애를 '위대한 향도자'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언급도 나왔다. 신문은 온실 준공식 기사에서 "향도의 위대한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었다"고 했는데 '위대한분들'이라는 복수의 표현이 김 총비서와 주애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향도하는 위대한 분들이라는 표현이 김정은과 김주애를 지칭한다면 김주애를 향도자 반열에 올리는 첫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북한 매체는 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만 표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주로 최고지도자나 후계자에게만 사용되는 '향도'라는 표현과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까지 이번에 김주애에게 사용했다"라면서 "이는 미래에 주애를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세우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 北전문가 "김정은 딸 김주애는 '수호천사', 후계자 아냐"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국내외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북한 실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김주애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북한 전문가인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김주애 역할은 김 총비서의 신변을 보호하는 '수호천사' 같은 것"이라며 "북한 체제상 여성이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야

장 이사장은 1980년대 후반 북한과 최초로 교역을 한 이래 현재까지 북측과 신뢰를 유지하며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대북 전문가로 북한 체제상 김주애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장 이사장은 2022년 11월 18일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 김정은 총비서의 신변 보호를 위한 '수호천사'라고 명명했다. 김 총비서가 외부 활동 때 예상치 못한 외부 공습, 특히 미국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하는데 딸 김주애가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김주애는 결코 후계자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김 총비서가 어린 딸과 동행하는 모습은 전세계에 타전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는데 이러한 김 총비서와 함께 딸을 제거하는 것은 세계의 이목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실행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7월 27일 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을 기념해 거행한 열병식에 딸 김주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데서 극명하게 보여줬다. 앞서 지난 2월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서 김주애가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러시아와 중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김 총비서의 좌우에 함께했다. 외부에서 김 총비서 등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으로, 김주애가 동행할 필요가 없었다.

북한 체제 특성상 후계자를 어린 나이에 공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되기 어려운 점도 '후계자론'의 맹점이라고 장 이사장은 지적했다.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총비서는 성인이 된 뒤 후계자로 등장했고, 그 이전엔 비밀리에 경호를 받으며 후계자 수업을 했다.

국내외 일각에서 '백두혈통'이 중요하다며 '여성'도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장 이사장은 "그런 논리라면 김정일 위원장의 적통이며 군 안팎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김설송이 최고 지도자가 돼야 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김 총비서가 북한을 이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는 것에 대해 북한이 침묵하는 것은 그런 '오판'을 방치함으로써 진짜 후계체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이철훈 선임연구위원도 “북한 특성상 10살의 어린 김주애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후계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에 4대 세습은 블투명하고, 설령 그렇게 된다해도 아들(존재 여부 논란)이 우선이고, 승계가 아닌 다른 절차를 통해 최고 지도자에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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