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9% 늘어난 이후 3년 연속 성장률 둔화
1위 중국 비롯, 유럽, 미국 시장서 '완만한 성장' 진입
현대차, '위기' 정면돌파… 2030년 글로벌 판매 톱3 목표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이면서 국제적 완성차 회사들이 속도 전환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는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기차 시장은 지난 2021년 109%의 성장률로 최전성기를 찍은 이후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 

연간 전기차 시장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19년 1.1%→2020년 38.5%→2021년 109.0%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2022년 56.9%→2023년 33.5%로 성장곡선이 완만해지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약 1641만 대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33.5%)보다 16.9%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완만한 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중국의 올해 예상 전기차 판매량이 997만 대로 전년 대비 18.5% 증가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성장률(34.6%)보다는 16.1%p 감소한 수치다.

유럽은 전년 대비 7.91% 증가한 338만3000대, 북미는 전년 대비 25.71% 증가한 208만8000대의 판매량이 예상된다. 아시아(중국 제외) 시장은 전년 대비 18.06% 증가한 79만1000대의 전기차가 팔릴 전망이다.

SNE 리서치는 "올해 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 수요 둔화와 보조금 폐지의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완만한 성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유럽은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수준의 판매량으로 올해 CO₂ 규제 기준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시장에 대해서는 "대선 결과에 따라 친환경 산업 대신 전통 산업 육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대두되며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SNE리서치
자료=SNE리서치

◇ 글로벌 완성차 '전기차 감산 랠리'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자, 너나없이 전기차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전동화 전환 목표를 늦추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본래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025년에 50%까지 늘리려고 했지만 이 시점을 5년 뒤로 연기한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엔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치가 40만 대였는데 이를 20만∼30만 대로 축소했다. 포드는 2026년까지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지난해 말 폐기했는데, 달성 시점을 언제로 재설정할지 공개하지 않았다.

‘제2의 테슬라’를 노렸던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올해 차량 생산 계획을 5만7000대로 잡아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5만7232대)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인 데다 시장 전망치(8만 대)보다도 훨씬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는 올해 전기차 생산 전망치를 9000대로 잡았는데, 이는 3년 전 상장 당시 2024년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치(9만 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 '공격적 투자 지속'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행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의 준공을 오히려 오는 10월로 앞당겼다.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을 통해 전기차 생산 물량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9만4340대였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량을 국내에서 144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유지했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투자 유지는 그동안 위기 때마다 투자를 통해 오히려 점유율을 강화시켰던 과거 전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정의선 회장은 리스 등으로 눈을 돌려 오히려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성장을 이뤄낸 것도 위기를 정면 돌파한 사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에 오히려 공격적 확장 정책으로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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