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IRA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White House)
2022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IRA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White House)

불공정한 무역전쟁을 야기하는 법안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이 또 다시 공평성과 합리성 측면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들 법안은 우방국인 유럽과 한국, 일본 등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적대국으로 상대하는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4개국 국적의 사업자나 개인과 원재료를 거래하거나 이들 국가 투자자가  지분을 갖고 있다면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고 있다.

<스푸트니크>는 한국국제조세협회(회장 백제흠 변호사)가 ‘국제조세 분야의 최근 해외동향’을 주제로 5일 개최한 조세포럼에서 미국 국세청(IRS)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효원 외국변호사(법무법인 세종)가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재당선될 경우 IRA 법률을 폐지하겠다고 공개 발표한 바 있다”며 IRA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G7이 다국적 플랫폼 기업의 국가별 소득배분방식(필라1)과 15%의 지구촌 최저한 세율(필라2)을 결정, 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합의한 국제조세규범 역시 참여국간 이해관계 충돌로 국제사회에서 새 규범으로 자리를 잡을 지도 불투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효원 변호사는 포럼에서 ‘IRA’와 ‘CHIPS’의 실무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은 CHIPS에 따라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상무부가 여러 제한조건을 내걸어 대만 반도체기업 TSMC가 요청한 150억 달러의 세액공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부가 공제세액을 지급하기로 한 대상기업이 2개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도 받지못한 TSMC가 미국에 짓기로 한 공장 건설시기를 당초 2026년에서 2027, 2028년으로 미뤘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IRA 세액공제를 믿고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은 국내 기업들은 제도변경으로 공제혜택을 못받게 되면 국내로 되돌아와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국내로 돌아오는(U-turn) 기업들을 위한 보조금 지원규모를 종전 57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늘렸다.

OECD에서 합의된 새 국제조세 시스템도 지구촌의 보편적 조세규범이 될 지 의문이다. 우선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헝가리와 폴란드가 필라1이 합의돼야 필라2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국제조세 실무를 담당했던 김정홍 외국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필라1과 필라2 관련 최근 국제적 동향 및 시사점’을 다룬 이날 세미나 두 번째 세션에서 “필라1이 현실적으로 발효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러면 필라2도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준석 판사(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는 “유엔이 선진국 입장만 대변하는 OECD 결정에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개별국가 조세주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필라2 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민주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조세 문제가 제도적 정합성과 공평성 문제보다는 힘 있는 선진국들의 외교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돼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OECD 정책본부에서 일하는 이연우 변호사는 “필라 1,2 논의는 매우 정치적인 과정이었다”며 “OECD 외부에서는 새 제도의 기술적, 실무적 측면만 보는데, 실제는 기술적으로 최선책이더라도 정치적 합의 가능성이 높은 차선책이 채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IRA’와 ‘CHIPS’는 이른 바 ‘외국우려실체(Foreign Entity of Concern)’라는 개념을 만들어 러시아와 이란, 중국, 북한을 이 개념에 포함시켰다. FEOC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또는 다른 구성품의 조달에 관련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안 해주는 식으로 4개 국가를 완전히 낙인 찍어 배제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와 이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가운데, 미국이 이들을 배제한 법률이 성공할 지 회의론이 점차 확산되는 이유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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