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놓고 미국 변화 흐름…트럼프 재선 시 북핵 용인 전망도
美 "북한 전쟁 가능성" 또 거론...北전문가 "北 전쟁 안한다"

작년 12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조선방송TV 갈무리)
작년 12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조선방송TV 갈무리)

"북한은 이제 확고한(established)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무기와 첨단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려는 오랜 노력에 실패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칭하면서 그들의 도발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WP는 24일(현지시간) ‘북한 위협 증가, 무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고립과 제재, 유인책과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제법상 인정받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국가 뿐이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정해졌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 등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불린다. 조약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을 의미한다. 반면 북한은 그간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WP가 북한을 확고한 보유국이라고 칭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를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북핵을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작년 12월 13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북한 핵 동결’을 통해 대북(對北) 경제 제재 등을 완화하는 거래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 치적’을 위해 비핵화 협상의 목표치를‘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P가 최근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칭했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같은 맥락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2019년 7월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것도 괜찮아 보인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처럼 대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에 대한 공식 발언이 없었고,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의 어느 시점에는 어떤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완전한 비핵화에 미치지 못하는) 북한의 훨씬 작은조치에도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루이스 소장은 김 총비서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 과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방중(訪中)했을때, 공산 중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38노스 기고문에서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가 1950년에 그랬듯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 전쟁론'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 "미국의 의도된 노림수"라고 비판한다.

중국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민족 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당의 철칙"이라며 "북한은 이를 김일 성 유훈처럼 지키고 있어 전쟁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핵을 보유해 충분한 자위력을 갖췄다고 보고 경제에 전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단둥의 동포 소식통은 "김정은이 남한을 적대국이라 한고 평정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정치적 언사이고, 주민들은 같은 민족이 전쟁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전문가인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 등이 전략적으로 위기상황을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며 "김정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이 전쟁을 한다는 것을 북한도 생가하지 않고 있디"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김정은도 북한을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전쟁은 없다고 수차례 밝히지 않았느냐"며 "의도된 보도와 가짜뉴스로 인한 오판이 오히려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미국 일부 매체와 국내 일각에서 올해 남한에 대한 대규모 공격, 나아가 전쟁을 운운하는 소식이 있다"며 "그럴려면 북한이 수년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수백개 위성에 바로 잡히기 때문에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일부 매체와 자칭 전문가들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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