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정희 정권 유일한 '민족' 교류…그외는 정치 목적"
김정은 "남조선 '평정'" 의미는 '전쟁' 아닌 '역사재정립'에 방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6~30일까지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의 정리 및 개편을 지시하였다.(조선중앙TV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6~30일까지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의 정리 및 개편을 지시하였다.(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이 남북 민간 교류를 담당했던 조직과 단체들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남한을 같은 동족이 아닌 제3국의 '대한민국'으로 표현하고, '주적'으로까지 간주한 상황에서 남북 민간교류 단체까지 정리해 남북관계 단절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비정치적인 순수 민간단체, '경제'에 중점을 둔 비정치 단체와 해외동포단체와는 교류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북한의 조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하신 대남 정책 전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적 부문 일군(간부)들의 궐기 모임이 12일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궐기모임에서는 지난 시기 북남(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관련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6~30일까지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인 교전국"이라고 못 박고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의 정리 및 개편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설립된 통일운동 단체로, 남측위원회·해외위원회도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1990년 남·북·해외에 통일운동 단체로 만들어졌다.

1998년 설립된 민족화해협의회는 노동당 외곽단체로 같은 시기 만들어진 남측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카운터파트다. 단군민족통일협의회는 1997년 발족해 민족 정통성과 통일을 다뤄왔다.

이들 남북 민간교류 단체는 북한에 우호적인 행보를 이어온 대표적 단체들로 이번에 북한이 정리 대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근본적으로 해방 이후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며 "남한의 박정희 시대 자주·민족적 교류만을 진정한 것으로 보고 그외는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에 접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노벨상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상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벼르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하지도 않은 '비핵화'란 말을 만들어 북한을 어렵게 하고, 약속도 지키지 않아 격노해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정리하려는 단체들은 이들 정권과 함께 가장 활발히 활동한 단체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박정희 대통령 이후 남북관계의 이면적 진실이 속속 드러날 전망이다.

북한 전문가인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주문한 것의 본질은 '남북관계 역사 정리'라고 말했다. 즉 '평정' 의 진정한 의미는 '전쟁'에 방점이 있는 것 이아니라 더 크게 봐서 '당 역사일지'에 근거해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것이고, 이번 남북 민간교류 단체 정리는 그 일환이라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장 이사장은 "남북관계에서 정부 차원의 대화는 한계가 있기에 지속적인 교류가 되려면 민간 차원, 특히 비정치적인 '경제' 중심의 교류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최근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힌데서나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서 보듯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교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와졌다"면서 "해외동포가 주축이 된 대북 교류·교역이 유일한 활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선 해외동포가 국내외 저촉을 받지 않는 프로젝트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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