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방문’ 바이든, 인도적 지원 '찔끔 성과'뿐
‘휴전 촉구’ 안보리 결의안, 미국 거부로 무산
중·러, 미국의 ‘이중 잣대’ 규탄… “휴전 촉구”
반이스라엘·반미 감정 고조… 확전 우려 여전
미 언론 “하마스, 헤즈볼라와 다음 단계 조율”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와 유엔의 무기력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다시 시작했고, 반(反)이스라엘·반미 정서는 더 거세졌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로 수백병이 사망하고 이를 애도하는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휴전 요구 목소리가 빗발치지만 국제사회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 이집트와 협의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들여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병원 폭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빛이 바랬다. 미국의 지원 약속은 미약하거나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병원 폭발을 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아직 불확실한데도 아랍권 분노가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만 향하고 있다. 병원 폭발의 전말이 어떻게 드러나든, 아랍권에선 '근본적 책임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에 있다'고 볼 공산이 크다.

한계 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휴전'이라지만 병원 폭발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확전 방지' 과제를 안고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은 가자지구 병원 폭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인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휴전 요구 결의안이 미국으로 인해 부결되면서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만을 두둔하는 '이중적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다.

이번 결의안은 안보리 순회의장국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랑카 다네세 주유엔 대사가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호소를 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미국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다시 한번 목격했다"며 유엔총회 긴급 특별 세션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미국은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중재자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못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특히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점차 격화하는 추세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19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북부 이스라엘의 군 기지와 민간 지역을 겨냥해 수많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사상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마스 고위 인사를 인용해 "하마스가 전쟁의 다음 단계를 헤즈볼라 측과 긴밀히 조율 중"이라고 보도해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19일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격렬한 공습으로 18일 밤에만 최소 약 120명이 숨졌다"고 의료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30명 이상이, 남부의 칸유니스 주택가에선 어린이 7명 등 9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후 아랍권 분노는 확산일로에 있다. 이스라엘·미국 규탄 시위는 18일에도 중동 전역에서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하마스와의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선 중동전쟁까지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는 게 발등의 불로 다가왔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아직 확고하다.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한 데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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