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 관계 중시 한국 정책·행동에 반영하길" 한미일 밀착 불만 표출
시진핑 방한, 한중일 정상회담 어려울듯…尹정부 친미 일방외교 경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총리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총리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뼈있는 한마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중국어 630자 분량의 면담 결과 발표문에서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일본과 안보·경제 측면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국 정부가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 온 이슈들에 대해서도 한국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읽힐 수 있다.

물론 시 주석은 앞서 한중 관계에 대해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중한 관계는 양국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했지만 시 주석이 전달하려는 바는 한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연대 행보가 뚜렷해지면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과는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지난 8월 미 워싱턴DC 인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중국을 정면으로 공격해 중국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월 18일(현지시간)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3국 정상은 "우리는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중국을 거론했다.

3국 정상은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우리는 매립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강압적인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말하며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중국의 최근 행보를 모두 나열했다.

3국 정상 차원의 공통된 인식이 담긴 공동성명에 중국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특히 한중 간 밀접한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톤을 낮춰 언급했다. 

그는 "중한 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 이익 협력을 심화해야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14억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에 진입했다. 거대한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첨단 기술 견제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거나, 한중 관계가 어그러질 경우 '14억 시장'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서 시 주석은 면담에 앞서 한 총리를 비롯해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인사들을 초청해 환영 오찬을 주재하면서도 "이웃과 호혜상생을 견지하며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중국 발표문에는 한국이 브리핑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시 주석과 한 총리의 면담의 방점을 놓고 양국의 '셈법'이 달랐다고 볼 수 있다.

베이징의 정통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한일중 정상회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방한과 3국 정상회의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한국이 철저할 정도로 미국에 동조하고 한·일 역시 미국과 손발을 맞추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중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이철훈 선임연구위원은 "한덕수 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라며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하고 싶었던 말을 '완곡하게' 쏟아낸 것은 한중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시진핑 주석과 중국은 최대 현안을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두고 있는데 한국이 드러내놓고 미국 입장을 두둔하니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외교를 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당사국뿐 아니라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데 국익 차원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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