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농업 생산량 확대를 통한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식량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한 듯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제재에 따른 외화고갈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북한 당국이 핵문제 해결을 통한 제재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요즘 농촌 생활환경 개선, 농업의 생산량 확대 등 농업·농촌 분야와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 만큼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전년도(2020년)에 비해 7% 증가했다. 얼핏 보기엔 식량사정이 나아진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적한다.

권태진 원장은 "생산량이 늘었다는 건 긍정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식량부족의 문제는 큰 변화가 없다"며 "여전히 근본적인 식량문제에 노출되어 있고, 또 식량 뿐만이 아닌 식품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자연재해로 2020년 곡물 생산량이 매우 낮아 발생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식량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하려는 걸까?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식량 부족을 간접 인정하면서 자체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한다.  

최 연구위원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도 ‘국내 경작을 좀 확대해야 한다’, ‘콩기름 같은 것들도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걸로 보면 식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족을 자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최근에 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성공적일 지는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농업문제 해결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방안 언급 없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중국 의존도가 심한 북한 농업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재의 기본 노선은 자력갱생으로 농촌의 노력 동원 등을 통해 농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농업 문제가 일단 비료, 농약, 종자 이런 기초적인 것들이 상당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자력갱생이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농업체계의 기본 노선은 자력갱생이지만 국경봉쇄가 장기화 되고 대북제재가 장기화 되면 농업문제 해결도 동시에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태진 원장은 농업·농촌 문제해결만 강조됐지 정작 실질적인 방안은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한다. 권 원장은 "농업 생산량 증대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농업분야에 지원을 많이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농촌 주민에 대한 인센티브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어떻게 지원을 많이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진 않지만, 아무래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농자재 쪽에 국가 지원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해보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도 ‘재탕 대책’이라고 꼬집는다. 문 박사는 "제가 분석하기에는 그렇게 새로운 문제제기는 없었던 것 같고 과거에 해 온 대책들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북한 당국의 농업발전 전략에 실망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료와 영농자재 확보는 물론 농민 사기진작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알맹이 없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밝힌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하겠다’는 조치 역시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권 원장은 지적한다.

권 원장은 '형식상으론 인센티브 (보상)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센티브가 될 수 없다"며 "이것은 정부에 빛이 있는 것을 풀어버리겠다는 뜻이지 실질적인 인센티브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 상환, 즉 빚은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태지 이걸 ‘조만간 빨리 갚아야 한다’는 것도 없고. 사실 협동농장이 갚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탕감하겠다고 하는 것이지, 능력이 있으면 탕감하겠다는 이야기도 안했을 것이라고 권 원장은 꼬집었다. 

문성희 박사도 임기응변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문 박사는 "올 해는 넘겼다 해도 내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군 장교 출신 탈북민 김단금(비단금TV) 씨는 농업 대부 상환 면제 조치가 어느정도 ‘충성심’을 유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단금 씨는 "상환하지 않고 면제해주겠다는 특혜 조치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이전 김정일, 김일성 시대와 차별화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면제해줌으로 인해 농업부분 종사자들이 북한 체재를 위해 충성하게 만들고, ‘이를 잘해서 김정은에게 충성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충성심 유발 하는데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인센티브’라는 단어 자체가 여전히 북한 주민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 쌀과 밀가루 위주의 식생활 개선은 변화 반영 정책

북한 당국이 내놓은 농업∙식량 대책 중 또 눈에 띄는 건 쌀과 밀가루 위주로 식생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권태진 원장은 변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식습관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권 원장은 "북한 식량문제에서 앞으로 식량, 식품 소비 방법에 대한 구조조정이랄까, 지금까지 쌀과 옥수수가 기본적인 주식이었지만, 앞으로 변화를 예상해 보면 쌀과 밀가루가 기본적인 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보리와 밀 재배 면적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하나의 새로운 식품 소비 방법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단금 씨는 북한 당국이 제시한 쌀과 밀가루 위주의 식생활 개선은 주민 들 중 최상급만 누려온 생활 수준이라고 말한다. 

결국 주민들로선 귀가 솔깃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여전히 모호하다.

◇ 식량문제 근본적 해결 위해선 제재완화 필수

그렇다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권태진 원장은 먼저 북중국경 전면 개방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권 원장은 "(국경개방을 한다면) 어느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순 있다"며 "생산 측면에서 농자재 수입이 아무래도 국경봉쇄로 인해 제약을 받으니 이런 봉쇄를 풀면 농자재 수입이 늘거라 기대를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농자재 공급이 늘고, 그럼 농업 생산량이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햇다.

다만 최근 양국 간 철도 운송이 시작되면서 북·중무역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은 여럿이라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한다.  

조 연구위원은 "철도 교역 재개가 북·중교역의 전면적인 정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아직 방역을 강화하고 있고 대북제재도 지속되고 있고. 또 북한에서 밖으로 실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없어. 빈 객차로 나갔다가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형태"라고 말했다. 국경이 개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렵다고 조 원구위원은 판단했다. 외화 고갈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국경봉쇄를 해제하더라도, 충분한 농자재 그리고 생활 필수품을 사올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외화 사정때문에 국경봉쇄가 어느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안고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핵문제 해결을 통한 제재완화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북미, 그리고 대북제재 라는 걸림돌이 해결 안되면 북한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근본적인 부족문제, 곡물이나 식품류의 부족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것은 북한이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대화를 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민간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에 따르면 북한은 한 해 약 6억6700만 달러(2019년 기준)를 미사일을 포함한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2020년 기준 약 291억 달러)의 약 2.3%로 국제시장에서 쌀 160만 톤 이상(세계은행 2021년 12월 국제곡물가격 기준)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100만-150만 달러선으로 추정한다. 새해 들어서 벌써 4차례, 6발의 미사일을 쏜 북한은 이미 600만-900만 달러, 쌀 1만5000-2만2000 톤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을 날린 셈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현재로선 제재 완화는 커녕 추가 제재가 불가피해 보여 북한 당국이 강조한 식량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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