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하게 규탄했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신형 전략무기 개발과 시험을 할 것이고, 핵실험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잇달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각 1발씩 발사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를 두고 ‘최종 시험발사’라고 밝히면서 “개발된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같은 북한의 신형 전략 미사일이 미국의 현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이 가능한 지 묻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전날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통해 밝힌 입장을 참조할 것을 권하며 말을 아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당시 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가 미국 국민과 영토, 동맹에 대한 즉각적 위협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이 안보 불안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계속해서 이같은 신형 전략 무기에 대한 시험을 이어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슈아 폴락 미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RFA)에, 앞으로도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통해 무기 현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폴락 연구원은 다만 북한이 연초부터 이같은 미사일 시험에 고삐를 바짝 당기는 모습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8차 당대회 과업으로 제시된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 작업은 사실상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의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보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판다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군사력 현대화에 거의 모든 것을 쏟아 붇는 모습은 20차 당대회와 동계올림픽 등 중대한 해를 맞은 중국 측에도 신경을 쓰이게 하는 사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향후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시험되지 않은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고체연료 ICBM 등 더 위협적인 무기 완성에 접근할 것이라는 새로운 우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판다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편 버락 오마마 행정부 시절 재임한 레온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미국 MSN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미국의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국제적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파네타 전 장관은 “북한은 지난 미국 대선 전후로 대미 협상을 거부한 채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왔고,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북한이 미국의 방어능력에 도전하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윌슨센터 “북, 올 하반기 ICBM·핵실험 가능성"

북한이 올해 하반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미국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윌슨센터(Wilson Center)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부터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의 협상까지 모든 선택지를 시도해왔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올해 단기간에 비핵화를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슨센터는 11일 ‘2022년에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여전히 핵 프로그램 목록 제출과 국제사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오는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가 불안정하고 결과가 확실치 않지만 보수 야당 측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북한에 대해 대립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며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한국 대선이 끝난 올 하반기에 북한이 ‘화성-16형’과 같은 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해 긴장 고조를 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의 입장에선 이 같은 도발이 미국과의 외교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다며 김 총비서의 단기적 목표는 대북제재 완화이고 장기적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가적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개발을 막진 못할지라도 대북제재와 억제, 봉쇄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보다 더 나은 대안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외교협회(CFR)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예방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에서도 올해 미국에 가장 우려되는 위협으로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위협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도 가장 우려되는 위협으로 꼽혔던 북한 핵의 위험성은 여전히 올해 2022년에도 주요 관심사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2022년 위협이 수반될 가능성과 미 국익에 대한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위협국가를 총 3등급(Tier)으로 분류했는데 북한은 최고 등급인 1등급에 포함됐다.

북한의 위협은 미 국익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선 ‘높게’ 평가됐으나 실제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선 ‘보통’으로 평가됐다.

이번 보고서는 새해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과 미국 국익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기준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잠재적인 갈등 순위를 묻는 설문조사에 대한 미국 정부기관 관계자와 외교 전문가 약 400명의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또한 국내 동아시아연구원(EAI)이 12일 공개한 온라인 학술회 영상에서 올해 북한 정권이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무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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