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조양현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한미일 협력의 전개를 미국의 ‘동맹 관리’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의 대외전략에의 함의를 제시했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의 아시아 외교에서 자국의 최대 동맹국인 한일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진보적인 역사인식에 입각해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추구하 였던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의 민주당 정부에서 두드러졌다.

2021년 1월에 출범한 조 바이든 정부는 민주당 외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바, 전임의 도날드 트럼프 정부 시기에 약화된 한미일 협력과 대북 정책의 공조를 복원하기 위해 미국의 아시아전략에서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의 개선을 추구할 것으 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미일 협력의 강화 전략은 다음과 같이 예상 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정부는 한일관계 즉, 한국과 일본의 양자 관계를 그 어떤 관계보다 중시한다는 입장에서 한일 갈등을 억제하고, 관계 개선을 유 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코로나19, 기후변화, 북한 비핵화 그리고 인도· 태평양 관련 문제 등에 대해 한미일 3국간의 정상, 각료, 차관 및 실무자급 회담을 수시로 개최하여 결속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셋째, 3국의 입장이 충분히 좁혀지지 않은 북한 비핵화나 중국 관련 문제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협의는 계속하되 무리해서 합의의 도출을 추구하지 않고, 코로나19 백신이나 기후변화, 세계경제와 같은 상대적으로 합의 도출이 쉬 운 주제에서 3국의 공통된 대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 시기에 위축되었던 한미일 협력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계 기로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들어 3국은 국가안보실장회 의(4월), 외교장관회의(5월, 9월), 외교차관회의(7월, 11월) 외에 북핵수석 대표가 수시로 회동해오고 있는데, 올해 들어 개최된 3국 정부간 협의는 지 난 3년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현 시점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동맹의 전환과 중국 문제 관련 한미일 3국의 입장에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의 관리자로서 한미일 협력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한일 과거사 갈등과 3국의 국가전략에 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한미일 협력의 장애요인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는 변 함이 없다고 하겠다.

우리의 대응전략으로서 첫째, 2021년과 2022년의 한미일의 정부 교체를 한일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 일본 측의 수출규제 철회, GSOMIA의 정상화,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를 패키지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2022년 차기 한국 정부의 출범과 참의원 선거 이후의 일본 정국을 지켜보면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에 의한 기금 설립’ 안을 중심으로 한일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양국 간의 전략대화가 사라진 이후 한일 간에 복합 갈등이 상시화하고 있음에 비추어, 한일 간의 전략대화를 부활시킬 필 요가 있다.

둘째,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 3국간의 대북 정책 조 율 및 바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제시하고 있는바, 최종 목표인 ‘완전 한 비핵화’와 단계적 접근의 장기 비핵화 로드맵을 조합하되, 북한의 비핵 화 의지에 대한 재확인을 위해 한국이 중재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 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북한 정책에 대한 미일의 관여를 확보하기 위 해서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의 철회와 GSOMIA의 정상화, △북한 비핵화 및 대북 억지력 확보(미 국의 확장 억지 제공 재확인)와 대북 대화의 병행 추구, △중국의 협력을 견 인하기 위해 미중 관계의 협력 사안으로 한반도 문제 강조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셋째, 중국 문제의 대응에서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지역전략 간의 조화 협력을 모색하고, 미국 주도의 첨단기술 분야의 아키텍처 경쟁에 서 반도체, 5G/6G, 배터리 등 우리가 경쟁력을 지닌 분야를 레버리지로 활 용하면서 백신 분야 등에서 미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 민주주의 가치, 자유시장경제, 규칙 기반의 질서 등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미국이 중시하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클린에너지, 방 역 및 백신, G7 확대정상회의, D10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글로벌 다자협력 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미국(혹은 미일)의 주도로 5G/6G, 인 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의 구축, 그리고 반도체와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의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참가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미동맹의 변환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본질은 우리가 북한의 군사 적 위협에 대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 대응하고, 미중일을 상대로 어떠한 국가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미국의 안보 파 트너로서 역할을 확고히 해 갈수록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및 중국 견제의 다자적 안보연대 참여를 둘러싸고 한국에 대한 미일의 압력이 거세질 수 있 다. 한국은 주한미군, 전작권, 유엔사, 한미연합훈련, 인태전략, 남중국해 문제, 확장억제, 미사일방어, 중거리 핵전력 등에 대해 한미 대화 및 한미일 대화를 활성화하여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제기하는 ‘한국이 중국에 경사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은 재난 구조, 테러, 방역 및 기후변화 등 비전통 안보 분야를 우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일 안보협력은 역사, 과거사 문 제와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국내정치가 안보문제를 결정하 는 현실에서 한일 간의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국민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 야 한다.

한일 간 국방안보 분야의 인적교류‧정보교류의 확대와 함께 해상 재난 시의 긴급구조 협력, 대테러·해적 행위에 공동 대응, 해양 수송로 (SLOC)의 공동 방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의 협력, 방역 및 개도 국 개발 지원 분야 등을 중심으로 다자적‧지역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 다. 한일 간의 GSOMIA는 정상화하고, ACSA의 체결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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