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열려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반도평화포럼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반도평화포럼

 

13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남북기본합의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열렸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이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해 공동 합의한 기본 문서이다.

1990년 9월 제1차 고위급회담을 시작한 이후 15개월 만에 채택된 합의서로, 1992년 2월 평양에서 열린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합의서 문건을 정식으로 교환하고, 그해 9월 제8차 고위급회담에서 최종적으로 3개 부속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문과 4장 25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문에서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통일 3대원칙의 재확인, 민족 화해 이룩, 무력 침략과 충돌 방지,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 교류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의 번영 도모,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기본합의서 채택으로 남북한이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군사적 침략이나 파괴·전복행위를 하지 않으며, 상호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 공동 발전과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인영 장관은 이번 학술회의 축사를 통해  "지금은 지난 1991년처럼 남북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30년의 비전과 희망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남북이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에게 다시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현 정전 상태를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기본합의서 제5조를 언급하며 북한이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빠르게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보건의료협력과 기후환경, 재해재난, 민생협력 등 남북이 대화해야 할 의제들이 산적하다"라며 "우리는 어떠한 주제로든,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이 당사자가 돼 주도하며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의 대화와 협상을 거쳤던 최초의 공식 합의"라며 "저는 그 당시 민족·민주운동체의 활동가로 군부 집권시절의 날카로운 대치 속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가 지닌 그 역사적 가치만큼은 인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의지와 결단이 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만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미국의 의지와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설명이다. 

임 전 장관은 노태우정부에서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북 측과 기본합의서 협상을 했다. 그는 ”지난 30년의 역사는 한반도 문제가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 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남북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쌍방의 입장차로 교착상태인 것을 "양측 최고지도자(노태우 당시대통령과 김일성 전주석)들의 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최고 지도자들이 합의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있을 때 협상 전략이나 협상 기법은 큰 문제가 돼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이땅의 주인인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서 미국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노태우 씨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장과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이 참석했다.

노 원장은 개회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저의 선친 노태우 전 대통령도 가장 가치있는 인생업적으로 생각하셨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때론 남북문제는 항상 발전만이 아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남북한 문제는 장기적 정책을 기초로 인내하며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는 대북정책의 특수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에게 있어 정책 방향과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는 제1세션에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이 사회를 맡고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정원 국민대 교수, 천해선 전 통일부 차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제2세션에서는 '남북합의기본서 30주년과 초당적 협력'을 주제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회를 맡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토론에 나섰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