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 국장, 비밀리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DNI 국장도 방한 예정…북미대화 현안 전개 등 주목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격 면담했다. 남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다양하게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최고위 정보 당국자가 비공개로 방한한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전날인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번스 CIA 국장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한미 정보협력 강화 및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긴밀한 정보협력과 한미동맹을 강조했고 번스 국장은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번스 국장은 문 대통령 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도 면담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번스 국장의 방한은 문 대통령과의 접견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일종의 '비밀 방한'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번스 국장의 만남도 비공개로 진행된 뒤 사후에 청와대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이처럼 비공개로 한미 사이 활발한 접촉과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은 당면한 현안이 '심상치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번주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고, 다음주에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한국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DNI는 CIA와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미국 정보기관의 최고위 당국자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 것은 이례적 행보다.

한미 간 현안은 대중, 대북 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대중 견제에 특히 공을 들이면서 북한 문제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중 견제에 한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대북 사안에 대한 한국의 수요를 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사실상 구체적인 제안을 북측에 한 뒤 응답과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발언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그는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답보 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며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들, 파트너들과 활발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미 정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사실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도 밝힌 바 있다. 당시 사키 대변인도 북한으로부터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북미가 지난 4월께에도 물밑 접촉을 진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구체적 제안을 했다'는 미국의 발언은 구체적 현황에 대한 언급이 아닌 외교적 수사일 수도 있지만,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들의 연이은 한반도행을 보면 물밑에서 남북미 간에 다시 대화와 관련된 외교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 "미국 때문에 정세 불안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며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현안들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대화에 나오면 북한이 제기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이중기준 문제 등을 포함해 제재완화를 논의할 수 있다"처럼 제재완화 논의 가능성 뉘앙스를 살려 미국 입장에선 한발 더 나아간 표현과 제안을 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프라이스 대변인은 15일 북한에 어떤 구체적인 제안을 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자세히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메시지에서 명백히 밝힌 것은 건설적인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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