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군대가 성차별 큰 근원" 여성 입대 옹호 목소리도
여성계 "예산 확보 등 고려해야…단순·극단적 접근은 안돼"
국방부 "모든 병역제도 개편, 안보상황 기초로 해야" 입장

육군사관학교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2018년)의 여생도 모습. (KTV국민방송 캡처)
육군사관학교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2018년)의 여생도 모습. (KTV국민방송 캡처)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하거나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여성 병역 의무' 관련 논란이 불붙고 있다.

20일 오후 5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라는 청원에 12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원 동의자는 10만5000여명이었는데 반나절 만에 1만8000여명이 증가했다.

이 청원은 지난 16일 등록됐다. 청와대는 사전동의 100명 이상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등록한다.

2010년과 2011년, 2014년 등 세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서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규정이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여성 징병제가 논란이 된 후 온라인상에서는 "난 여잔데 여자도 군대 갔다 오면 호봉을 인정해 주고 모든 회사에서 남녀 고용 비율 똑같이 해달라", "나도 여자지만 군대 가고 싶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여성징병제 논란은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을 통해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박 의원의 주장은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권인석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라며 "여성의 일자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군인은 굉장히 좋은 일자리다.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 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라고 말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모병제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도입을 서두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 운동가 출신이자 국회 여성가족위 간사인 그는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은 “여성의 일자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군인은 굉장히 좋은 일자리“라며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를 인용해 “여성 53.7%는 자신들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20∼30대 여성도 54∼55% 정도가 찬성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모병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여성들의 의지, 모병제 준비 상태, 국제 정세 등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차별을 없애는 건 대찬성이지만 이미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군인의 문호를 개방했고 사관학교에서도 여성이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현실에서 더 개방할 여지가 어디 있나"라며 "경력단절, 출산, 육아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에게 군사훈련까지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의무는 병영국가의 대표격인 이스라엘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이지 않은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군대를 전역한 아들과 복무 중인 아들을 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재보궐선거에서도 보았듯 20대 남성이 상대적인 차별이나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들은 여자가 군대에 가지 않는 것에도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국민통합, 병력부족 등의 측면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남성의 병역기간만큼 사회대체복무를 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여성계에서는 젠더 갈등 구조로 징병제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젠더정치연구소 관계자는 ”여성 징병제는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계속 뜨거운 감자였다“라며 ”이 문제를 풀려면 국방 예산 문제가 확보돼야 하는데, 그런 큰 그림 없이 여성도 다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는 건 너무 극단적이고 단순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0일 최근 제기된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에 대해 안보상황과 군사적 효용성,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을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여성징병제, 모병제, 남녀평등복무제 등이 지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런 모든 병역제도를 포괄하는 개편은 안보상황을 기초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이어 “군사적 효용성이라든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국방부가 어떤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부 대변인은 ‘(여성징병제 등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거쳐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며 “여성징병제에 대해서 찬성 또는 반대 등 단순한 답변보다는 모든 고려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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