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내용이라 대응 않는 듯…중국 의식 관측도

지난 주말 잇달아 열린 한미일 외교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등이 잇달아 언급됐지만 당사자인 북한은 아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자신들의 문제가 논의된 만큼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5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 관련 소식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앞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선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가, 그리고 직후인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됐다.

두 회의에선 북핵과 한반도 평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이나 '북미 협상 조기 재개 노력', '중국 측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역할 강조' 등 기존에 논의됐던 사항들만 되풀이돼 북한을 즉각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만한 언급은 없었다는 평가 많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필두로 우리나라와 미국을 겨냥한 '담화 공세'를 별였으며, 같은 달 25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소집 등 유엔 차원의 대응 논의에 나서자, 북한 측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자위권' 행사 차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미 정부가 이번 3국 안보실장 회의를 통해 그간 검토해온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의 일단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특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에 북핵 해결에 대한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도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일부 대변해주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결과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중국 측의 움직임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대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 당국은 현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중심으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지난달 말 보통강 강안다락식 주택구 건설 현장을 찾았던 김 총비서는 조만간 열릴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도 직접 참석해 당의 과업 관철을 독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잇다.

이런 가운데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등을 포함한 3국 간 공통 관심사항에 대한 전략적 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한미 간 또는 한미일 간의 다양한 협의·조율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통일부의 대북정책 목표들이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