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 담화…서해수호의 날 연설 지적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발언을 거칠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30일 담화를 발표하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남·북·미 모두의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지난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을 두고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라고 불쾌함을 표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국민 여러분 모두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구체적으로 인용,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때에 어려움을 주고 장애를 조성했다"라며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대해 '자위적인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최첨단 전략 무기들을 살펴보면서 한 발언을 상기하며 "며칠 전의 기념사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 해줘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측의 주요 발언과 자신들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국제 사회 동향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예민하게 대응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의 주장과 빼닮았다'고 하면서 한미 양국에 대한 적대감을 동시에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면서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라고 비아냥 대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앞서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에서는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이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와 더는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발표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되면서 그동안 일해왔던 조직지도부에서 선전선동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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