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등 핵시설 가동 계속
"신형 단거리미사일에 전술핵 탑재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략핵' 개발에 이어 '전술핵'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의 독자 방어 능력은 2020년대 후반이 돼야 구축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까지 실시하면서 북한의 핵능력 수준이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을 송두리째 바꿀 '게임 체인저'로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北, 핵실험 중단했지만 우라늄 공장 등 시설 가동은 계속

북한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전략핵'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핵실험은 2017년 9월, 그리고 ICBM 시험발사는 같은 해 11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이듬해 시작된 미국 등과의 '비핵화' 관련 대화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돼왔으나, 최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다음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반발이 불가피한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3년 넘게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서도 핵개발과 연관된 시설들은 계속 가동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일례로 황해북도 평산 소재 우라늄 광산과 인근 우라늄 정련 공장에선 우라늄 채굴과 정련 등 작업이 이달 초까지 최소 8개월 간 계속돼온 정황이 포착됐다.

또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엔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석탄 화력발전소와 우라늄농축공장(UEP)의 이산화우라늄(UO2) 생산 건물로부터 연기와 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김정은, 1월 당 대회서 "전술핵무기 개발" 천명하며 방향 전환

북한의 핵개발 방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건 올 1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제8차 당 대회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노동당은 당시 사업총화 보고에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공식 천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전략핵 개발은 "미국의 군사적 침략을 막기 위한 전쟁 억지력" 차원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사용 여부를 떠나 바다 건너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등 전략핵을 개발·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북한의 전술핵 개발은 미국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 핵탄두를 충분히 소형화·경량화한다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자주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주변국과의 국지전 상황에서 핵공격을 벌이는 게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지대공 미사일 PAC3 패트리엇 (뉴스1DB) 2016.2.13
지대공 미사일 PAC3 패트리엇 (뉴스1DB) 2016.2.13

우리 국가정보원도 29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론상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25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에 핵탄두 탑재 가능성 주목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5일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른바 '신형 전술유도탄'이 전술핵 투발 수단으로 개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그동안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려온 '전술유도탄'(KN-23)의 크기를 키우고 사거리를 늘린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무기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에 사용된 '신형 전술유도탄'의 탄두중량이 2.5톤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핵보유 5개국이 전력화한 핵탄두 무게가 100~500㎏ 수준인 점을 감안한다면 2.5톤짜리 핵탄두는 과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탄두중량에 2톤에 이르는 우리 군의 '현무4' 미사일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전략핵 개발을 통해 ICBM용 대형 핵탄두를 다수 생산했고, 이를 전술핵 무기로도 병용하기로 했다면 '2.5톤짜리 핵탄두를 싣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게다가 '신형 전술유도탄'의 사거리가 북한의 주장대로 600㎞에 이른다면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든다.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국방부영상공동취재단 제공) 2017.9.7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국방부영상공동취재단 제공) 2017.9.7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신형 전술유도탄'이 이번 시험에서 약 450㎞를 비행했다고 분석했지만, 탄도 비행 중 특정고도 이하에서 수평에 가깝게 활공하거나 하강 단계에서 재상승하는 '풀업기동'이 가능하다면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에도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번 시험에서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방식의 변칙적 궤도 특성 역시 재확증했다"는 북한 측 주장이 바로 이 같은 '풀업기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패트리엇과 통합 등 '사드 업그레이드' 추진…우리 군은?

북한은 2019년 5~11월 기간 13차례 실시한 신형무기 시험 및 훈련에서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다연장로켓포) 등을 한꺼번에 쏘는 연습을 했다. 북한이 이처럼 비행궤도가 다양한 미사일과 포탄을 섞어 쏜다면 방공망 또한 최대한 촘촘히 짜야 그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천궁 등의 요격체계만으로 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돼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와 PAC3 패트리엇 미사일을 통합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 국방부가 작년 8월 발표한 '2021~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조기경보레이더의 추가 구축과 성능개량형 요격 미사일 등의 조기 전력화를 통한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은 일러야 오는 2020년대 후반에나 구축될 전망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북한이 열병식 등을 통해 공개한 무기 중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게 많다. 현존 전력과 앞으로 개발될 전력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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