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상·총정치국장 차수 승진…경제건설 위해 軍역할 절실한 상황 고려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군의 당 사업과 인사를 총괄하는 권영진 총정치국장이 이날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으로 승진했다. (연합뉴스TV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군의 당 사업과 인사를 총괄하는 권영진 총정치국장이 이날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으로 승진했다. (연합뉴스TV 갈무리)

북한이 해군·공군 수장을 비롯해 인민군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세대교체하며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세대교체를 골자로 한 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교체 기조는 해군과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공군사령관)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회의에서는 해군사령관을 김명식 대장(별 4개)에서 김성길 중장(별 2개)으로, 공군사령관에는 김광혁 대장 대신 김충일 중장을 임명했다.

김명식의 경우 2013년 해군사령관을 맡았다가 2015년 물러난 뒤 2017년 또다시 사령관으로 기용돼 현재까지 해군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김광혁도 2016년 말부터 5년 가까이 공군 수장직을 맡아왔다.

반면 신임 해군·공군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성길·김충일은 그간 북한 매체에도 거의 소개되지 않던 새로운 인물들이다.

대장 계급까지 오른 '올드보이' 대신 이제 막 중장 계급장을 달게 된 새 인물을 기용한 것이다.

이들 외 상장(별 세개)이나 대장 승진은 없이 영관급인 대좌에서 소장(별 1개)으로 승진한 인물은 무려 27명으로, 군 고위간부의 세대교체를 보여줬다.

북한이 군 간부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대북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해이해진 군 내부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간부들이 지위를 이용해 부정부패·비리를 저지르는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한데다가 군 소속 경제관련 기관들이 국가 경제를 외면한 채 기관 이익을 우선하는 '단위 특수화' 현상도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군 내부의 다양한 문제점을 바로잡고 기강을 세우기 위해 세대교체라는 '조직 물갈이'를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의 주요 안건은 "군 지휘 성원들의 군사 정치활동과 도덕 생활에서 제기되는 일련의 결함들"을 시정하고 "혁명적인 도덕 규율을 철저히 확립하기 위한 문제"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인사로 승진한 젊은 군 간부들에게도 "새세대 인민군 지휘 성원들의 정치의식과 도덕 관점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교양 사업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세대 군인'이라고 콕 집은 만큼 새로 기용된 군 간부를 향해 구습을 버리고 도덕적일 것을 요구한 셈이다.

군을 향해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니다. 사기진작성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이날 김정관 국방상(남측 국방장관에 해당)과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이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로 승진했다.

과거 군 서열 1위였던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 중후반부터 군 차수 계급장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대장 이상 오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룡해·황병서·김정각 등 전임자들은 모두 군 차수까지 올랐지만, 직전 총정치국장인 김수길의 경우 대장 계급에 그쳤다.

국방상(구 인민무력상) 역시 전임 박영식·노광철 모두 대장 계급이었다.

지난해 10월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원수 칭호를 받은 뒤 이번 인사까지 이뤄지면서 군 서열 1∼4위가 모두 차수 이상의 계급장을 달게 됐다.

군이 체제수호와 경제건설의 핵심축인 만큼 군 수뇌부에 높은 계급장을 달아주며 이들을 달랠 필요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 복구에 군을 대대적으로 동원했으며, 향후 새 5개년 계획 수행에서도 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군 복무기간까지 줄여가며 경제 현장에 투입할 노동력을 확보 중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군 복무기간이 최근 남성은 현행 9∼10년에서 7∼8년으로, 여성은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북한이 새 5개년 계획을 내놨지만 이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젊은 인력이 군에 묶여있자 병력감축 가능성을 무릅쓰고 복무기간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