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위, LG 손 들어줘…판결 확정되면 SK 美서 철수할 수도
바이든 '배터리 쇼크' 우려…거부권 행사 부담, '합의' 종용 가능성

여의도 LG 트윈타워(왼쪽)과 종로 SK 사옥
여의도 LG 트윈타워(왼쪽)과 종로 SK 사옥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 양사의 2년에 걸린 '배터리 전쟁'은 LG 측에 유리하게 됐다. 

11일 오전 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에 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아울러 ITC는 이미 수입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및 관련 소재에 관해서도 현지 생산은 물론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중지 10년을 명령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인력을 빼가고, 자사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ITC에 제소한 소송에서 LG 측이 판정승을 거뒀다. ITC는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1일 오전 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에 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아울러 ITC는 이미 수입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및 관련 소재에 관해서도 현지 생산은 물론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중지 10년을 명령했다.

ITC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SK는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 및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사업 철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11일 패소 직후 "합리적 조건이라면 언제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SK가 기대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ITC가 LG 손을 들어주면서 위기에 처한 SK는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비상수단'을 언급했다. "아직 남아있는 절차(대통령의 거부권 검토)로 해당 결정(패소)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SK는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미국 대통령은 국제무역위의 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무역위가 독립된 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에 속해 있고, 판
정도 판결이 아닌 일종의 행정명령이므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최종 권한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60일간 이 판정을 검토한 뒤,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린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추구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닷새만인 1월 25일, ‘바이 아메리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연방정부의 모든 관용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9년 기준 관용차는 64만 5000대로 바이든대통령은 이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함으로써 그린에너지를 살리고,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에서 전기배터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미국의 대형 전기배터리공장은 중국과 비교해 1/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전기배터리 규모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은 자칫 중국에 종속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의 미래가 달린 전기배터리 분애에서 중국에 열세인 상황을 신속하게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한국 업체에 달렸다.

지난달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2월 전세계 등록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19.2%), 삼성SDI(5.3%), SK이노베이션(5.0%) 등 3사 합산 점유율은 29.5%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2% 대비 11.7%p나 줄었다.

반면 CATL, BYD, CALB, 궈시안 등 중국계 업체들의 실적은 자국 시장의 회복세가 가속화되면서 대부분 세자릿수 이상 급성장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위였던 CATL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272.1% 성장해 점유율 31.7%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중국 BYD도 전년보다 401.8% 성장, 7.0%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이처럼 전기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미국의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미국내 건설중인 LG·SK 공장이 소송으로 지연되고 SK공장이 철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대형배터리 공장을 1개 지어서 정상가동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4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회사는 테슬라, LG, SK등이며, 나머지회사는 소규모에 불과하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지어도 자체물량 소화도 힘든 판이고, LG는 GM에 물량을 대기도 힘들다. SK가 문을 닫게 되면, 포드나 폭스바겐은 다른 곳에서 전기배터리를 구해야 하지만 미국 내 소싱이 사실상힘들어진다.

만일 LG·SK 배터리 소송 결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 배터리수요는 전기차 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은 오일 쇼크와 버금가는 배터리 쇼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LG·SK 배터리 소송에 대한 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과 역풍이 만만치 않아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보다 '합의' 종용 가능성 높아

11일 LG·SK 배터리 소송에서 ITC가 LG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미국이 부르짖어온 ‘공정무역’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승자박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중국에 불공정무역을 개선하라고 압박해온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 된다.

실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ITC 판정을 뒤집은 것은 단 한차례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SK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낮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도 거부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 미국 내에서 영업비밀 침해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미국은 화웨이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도리어 경계하고 있는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ITC 판정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그린’, ‘재생’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타격을 받게 된다. 3조 원대 공장이10년 간 가동이 중단된다면,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차세대 먹거리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부담이 되는 거부권 행사 대신 명분도 지키면서 실리도 잃지 않기 위해 물밑에서 LG·SK의 합의를 종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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