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10개사 배당금·수수료 1400억원…기부금은 쥐꼬리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 '3대 명품'은 유한회사' 꼼수'도

로렉스·불가리·디올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한국에서 '억' 소리 나는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위한 기부금 대부분 '0원'이었다. 한국로렉스만 연간 기부금이 억대를 넘었고 나머지는 수백만~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뉴스1에 따르면 에르메스·샤넬 등 일부 명품업체들은 아예 실적은 물론 배당금·기부금 기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로 한국법인을 설립하거나 전환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15일 뉴스1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 10곳(스와치그룹코리아·한국로렉스·불가리코리아·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펜디코리아·입생로랑코리아·페라가모코리아·보테가베네타코리아·발렌티노코리아·발렌시아가코리아)의 지난 2019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 및 지급수수료는 14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0개사 매출은 1조7997억원으로 페라가모코리아를 제외한 9개사는 매출의 약 8%에 달한는 액수를 본사로 송금한 것이다.

특히 한국로렉스는 배당금으로 600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 늘어난 것으로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오메가 등 명품 시계를 운영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도 338억원을, 불가리코리아도 180억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했다.   

반면 막대한 배당금 및 수수료를 챙기는 명품업계가 턱없이 부족한 '쥐꼬리' 기부금으로 사회적 책임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기간 10개사 중 기부금을 지급한 회사는 한국로렉스와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단 2곳에 불과했다.

두 회사가 낸 기부금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한국로렉스는 2019년 한국 시장에서 55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기부금은 전년 대비 3000만원 늘린 3억4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매출액의 0.001%, 영업이익의 0.006%에 해당하는 액수다.

'크리스찬 디올'을 운영 중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2019년 '레이디디올백'과 '새들백'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은 92.6%, 영업이익은 447.4% 늘었지만 기부금은 1000만원 올리는 데 그쳤다. 그 해 회사의 기부금은 4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로렉스·디올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나머지 8개사의 기부금은 '0원'을 기록했다. 과거 페라가모코리아·보테가베테나코리아·발렌시아가코리아 등 일부 업체들은 소액이라도 기부금을 냈지만 1~3년 전부터 기부금으로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명품기업들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 벌어가는 액수가 적잖지만, 사회적 책임에는 뒷짐만 지고 있어서다. 실제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3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규모 면에서도 전 세계 8위로 명품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반면 명품 기업들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 루이비통·펜디·티파니앤코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은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중국 적십자에 23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부했다. 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도 110만달러(13억원)를 기부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명품에 녹아든 장인 정신 때문"이라며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명품'이라는 가치에 걸맞게 기부금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대 명품은 '꼼수' 영업…배당·기부금 '비공개'

일부에선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명품 기업들은 그나마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픈런'(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현상) 광경을 연출할 정도로 인기 있는 '3대 명품'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은 모두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매년 실적 발표 및 공시 의무를 피해가고 있어서다.

실제 에르메스와 샤넬은 국내 진출 초기부터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 루이뷔통코리아는 지난 2011년 이후 외부 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며 실적이 베일에 싸인 상태다. 당시 업계에선 배당금 및 기부금 액수가 논란을 빚자 유한회사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루이뷔통코리아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2011년 매출은 무려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10개사 명품 기업 가운데 최고 매출을 기록한 스와치그룹코리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명품 수요가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최근 루이뷔통코리아의 매출을 더욱 급증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에르메스·샤넬도 마찬가지다. 명품 대유행으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면서 10개사 매출을 뛰어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올해부터는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유한회사도 자산과 매출이 500억원 이상일 경우 실적이 포함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요 명품 브랜드의 실적 발표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미 구찌코리아도 지난해 9월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두 달 만에 다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상법상 불가능해서다.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외부감사와 경영실적 공시 의무가 없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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