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감시 못해 실효성 부족…제도 보완 필요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로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의 운명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에 대한 법원의 평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었다. 범죄사실에 관한 사실적, 법리적 판단은 대법원까지 3차례의 판결을 통해 이미 확정적으로 내려졌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사실상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양형 수준 및 집행유예 선고 여부만이 문제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외부 인사로 구성해 설치한 준감위를 이 부회장 등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되는지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같은 기업총수도 적용을 받게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회사가 실효성 있게 운영한다면, 형법 제51조 제4호가 정한 '범행 후의 정황'으로써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한 양형에도 참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새로운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위법행위 유형에 따른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가능한 행동에 대한 선제적 감시활동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준법감시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있지 않았다"며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체결한 7개 회사 외에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했고,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원을 요구한 점 △뇌물로 쓰였던 업무상 횡령액 전부가 회복된 점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걸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성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도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의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재용 재판과 준감위 활동…'실효성' 논란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대가로 약 298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2017년 2월 구속기소 했다.

1심은 전체 뇌물액 중 정씨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 총 89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액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형량도 대폭 낮아져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열고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의견을 들었다. 혐의와 관계없는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 때 등장했다.

정준영 재판장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에 정권유착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자 삼성은 지난해 1월 9일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이 부회장 면죄부용이라는 지적이 일자 재판부는,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등 3인으로 꾸려진 전문심리위원단에게 준법감시위 평가를 맡겼다. 이중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 위반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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