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박병석 국회의장 만남에서 '한국의 비주체적 행동' 우회 지적

박병석 국회의장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국회 사랑채에서 환담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국회 사랑채에서 환담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다.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

지난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병석 의장은 왕이 국무위원을 만나 “나는 일관되게 남북한 최종 결정권자는 남과 북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왕이 국무위원은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쥐어야 하며, 북미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한국 측이 남북 간 채널을 통해 방역이 허락되는 전제 하에 북한 측과 교류를 회복하는 것을 지지하며, 중국은 적극적으로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방한 이유로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았지만 한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보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조만간 전략적 신뢰를 강화하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교류를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중요시하고, 이런 관계의 발전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깊이 있게 소통했다”고 전했다. 이어 “10가지 공감대를 이뤘는데, 그중 중요한 것은 중국이 한국이 제안한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를 구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안정에 있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제적 협력도 중요한데 특히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이 보인 건설적 협력에 대단히 감사하다. 북한이 대화·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이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은 남북"이라는 발언은 의례적인 덕담이 아니다. 그가 "남북이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말의 진의는 남북관계를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주체적으로 풀어가라는 의미다. 다시말해 남한 정부가 미국을 너무 의식해 독자적인 정책을 펴지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이 남한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민족 차원에서 주체적으로 남북 대화를 하지 못하고 늘 미국 눈치만 본다는 것이가"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연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남한에 보낸 것은 2017년 9월 핵실험에 따른 국제제재로 너무 힘든 상황에서 남한과의 대화와 지원을 기대하면서 자존심을 꺽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미국 을 의식해 지원 행동에 나서지 못하자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3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남한 정부가 계속 미국을 의식한 행보를 하자 북한은 직접 미국을 상대했고, 남한과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전혀 상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북은 남한정부를 불신하고 있고, 주체적으로 북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과 대화하려면 먼저 신뢰를 회복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민간'에 맡기는 게  북과 대화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 국무위원의 말 뜻에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미국에 경도된 태도를 보여 온 것에 대한 중국의 우회적인 불만이 담겨있다고 소식통은 해석했다.

백민일 깆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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