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소식통 "시 주석 10월10일 방한해 남북한과 '종전선언' 추진"
시 주석 '종전선언' 하고 북핵 해결하면 中 위상 오르고 美는 추락
美, 사전에 폼페이오 방한 알려 시 주석 방한 막았다는 얘기 돌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4시 방한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4시 방한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방한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양국이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을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양국 관계 발전을 견인해 온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되도록 관련 당국들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왕 국무위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님과의 우정과 상호신뢰를 중요시하면서 특별히 구두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면서 내용을 전달했다.

시 주석은 구두 메시지를 통해 “올해 들어 문 대통령님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며 깊이 소통하고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며 “특히 코로나19 방역협력과 양국 교류협력에서 세계를 선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빈방문 초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측의 계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왕 국무위원은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방안 최대 관심사'10월 방한 무산설' 흘러나와

문 대통령과 왕 국무위원은 양국 간 교류 협력과 소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지만 이날 접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였다.

왕 국무위원은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방안을 여러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 

2017년 12월 시 주석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후, 2018년 3월 대통령의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시 주석에게, 2018년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다시 시 주석에게,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다시 밝혔다.

그리고 다시 2020년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 왕이 부장에게, 2020년 5월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전화 통화 시, 그리고 2020년 11월 장하성 주중대사의 “시진핑 방한은 상수,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발언 등 2018년, 2019년, 그리고 2020년에 들어서까지 3년 간에 걸쳐 중국 쪽에 전달됐고 관련 사항이 보도됐다.

그럼에도 중국은 꿈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들어 시 주석의 방한을 은밀하게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미중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이 남북한을 매개로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고, 나아가 세계에 중국의 위상을 알리려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는 미국이 대선 때문에 중국에 최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전력할 수 없고, 세계 이슈가 된 북한핵 문제도 직접 관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틈에 중국이 '행동'에 나서려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전쟁(6ㆍ25 전쟁) 휴전 협정의 당사국인 중국이 남북한과 함께 '종전선언'을 선언하고, 북핵 문제를 유엔에 맡기는 방안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은 당시 UN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서명을 했다.

소식통은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일에 즈음에 시 주석이 방한해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 3인이 '종전선언'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려했다는 얘기가 있었디"며 "그러나 미국의 방해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10월 즈음을 목표로 몇달 전부터 요인 경호 훈련 등 비상훈련이 진행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은 예고없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갑자기 10월 초 방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을 막기 위해 북한과 남한에 강한 압박을 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9월 23일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이 새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세계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며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로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면서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꺼낸 것이 본래 의도했던 것인지, 중국이나 북한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소식통 말대로 시 주석이 남북한과 함께 종전선언을 하고 유엔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수순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중국이 풀게 되는 것이고, 중국의 위상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와 미국의 입장은 초라해질 수박에 없고, 미중 패권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카드를 대선에 유용하게 활용하려고 했는데 중국이 망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으로선 시 주석의 방한을 막을 필요가 있었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예고는 그러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10월) 방한은 무산된 결과로 나타났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 방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 주석이 언제 한국을 방문할 지 알 수 없으나 미-중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시 주석의 방한은 여러 걸람돌 앞에 놓여있다. 그 해법을 찾는 것이 문 대통령의 과제이기도 하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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