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인수시 시장 독보적 지위…유진그룹도 복병
결합심사·우발채무 등 변수…두산, 자구안 이행 'OK'

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 초대형 굴착기 DX800LC(두산인프라코어 제공) © 뉴스1
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 초대형 굴착기 DX800LC(두산인프라코어 제공) © 뉴스1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 유력한 인수 후보인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이 참여하면서 흥행했다.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지만 매각 절차가 이대로 마무리될 경우 두산그룹은 연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에 대해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현대중공업지주-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과 유진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다만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이스트브릿지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000억원에서 1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는 현대중공업과 유진기업의 '2파전'이 됐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인수 성사시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현대중공업이다. 2018년 기준 건설기계 세계 시장 점유율 1.5%인 현대건설기계는 3.7%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5.2%까지 높아져 글로벌 5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도 60% 넘게 장악해 독보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다.

특히 이미 궤도에 오른 조선(한국조선해양)과 정유(현대오일뱅크) 사업에다 건설기계까지 추가해 균형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을 비롯해 정기선 부사장까지 이번 인수전을 직접 챙기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지주 측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과 공동 딜러망 구축으로,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탑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 굴삭기, 무인·자동화 등 미래기술 관련 플랫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지금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유진그룹도 복병이다. 건자재 사업이 주력인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변수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결합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간주해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는데, 국내 중대형 굴삭기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40%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총 60%로 독과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점유율도 5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았을 때의 폐해보다 허가했을 때 생기는 효율이 더 크다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도 공정위가 결합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속해있는 등 정부 측의 매각 의지도 강하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소송과 관련해 7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우발채무 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 측은 우발채무가 발생할 경우 떠안겠다고 했지만, 인수 참여자들은 구속력 있는 요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등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GS건설은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이번 매각을 통해 연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두산건설의 매각을 완료하고 두산메카텍 등 매각 가능한 사업들을 정리한다면 자금 상환이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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