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 폭로로 수사본류 정부·여당에서 '검찰'로 전환
秋·尹 모두 '신속한 지시'…의혹 제대로 규명할지 우려도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로 라임 사건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에서 검찰 비위를 규명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검찰의 수사 본류도 '권력형 비리 게이트'에서 '검사 비위'로 흐르는 모양새다.

김 전 회장의 폭로 내용에 따라 수사 초점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라 정관계 로비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폭로로 '검사의 비위의혹'이 제기된 서울남부지검은 별도 수사팀을 구성해 해당 의혹을 수사한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에서 감찰 결과를 토대로 오늘 수사의뢰가 내려왔다"며 이런 사실을 밝혔다. 추 장관의 지시로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현직 검사 로비와 수사 은폐 의혹을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서울남부지검에 지시했다. 갈등 상황을 연출하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검사 비위 의혹과 관련해선 '신속한 수사'를 한목소리로 주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검사 비위 의혹은 빠른 시일 안에 실체가 규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검사 비위 의혹 수사가 김 전 회장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여권쪽 인사를 겨냥해 폭로성 로비 의혹 발언을 쏟아냈다가 검찰와 검사 출신 야권 인사로 표적을 바꿨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A변호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 담당 주임 검사였고,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실세였다“며 "라임 사건이 A변호사 선임 후에 수사 진행이 더 안 됐다"고도 했다.

그는 또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 등에게 라임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수억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야당 유력 정치인으로 언급된 인사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반발했으나 그 역시 '검사' 출신인 점이 주목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타깃이 정부·여당에서 '검찰'로 바뀌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검찰의 검사 비위 의혹 수사는 정부가 예고한 '검찰 개혁'과 맞닿아 있다. 폭로 때마다 파문을 일으킬 정도의 영향력을 보이는 김 전 회장이 의도가 어땠든 비위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 정부의 검찰 개혁 명분에 힘이 실어준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의 폭로 이후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을 향해 압박성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윤 청장은 취임 당시 '검찰개혁 적임자'로 꼽혔으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부와 여권 관계자 가운데 적잖은 인사가 윤 총장을 검찰개혁 '대상자'로 지목하고 있다.

여권 실세와 '친노 인사'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도 축소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 이후 여론도 정부와 여권 인사가 연루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서 '검사 비위 수사'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국면 전환이 이뤄지고 검찰 수사 흐름이 바뀌는 모양새가 계속되면 라임 사태 관련 의혹이 꼬리 자르기나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며 "검찰이든 정치권이든 김 전 회장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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