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출신·3선 아닌 재선 등 '관례' 깬 위원장 다수
야당 몫 위원장 위한 협상 가능성 열어둔 포석 관측

더불어민주당이 17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면서 선출한 자당 소속 상임위원장에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 붙는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 

'선수(選數)와 '나이' 순으로 맡는 관례를 벗어나, 문재인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는가 하면, 3선급 자리에 재선 의원이 선출되기도 했다. 

급기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 파렴치한 것은 장관을 거친 사람을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적절해 보이지 않는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이 대치 중인 여야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이러한 일부 상임위원장직이 여야의 극한 대치를 풀 출발점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의 관례를 벗어난 파격적인 인선인 만큼 민주당도 이를 2년이나 끌고 가기보다는 추후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임시 배치로 생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11대 7로 통합당과 배분할 계획이었지만 법제사법위원장 갈등 끝에 협상이 결렬됐는데, 당초 야당몫으로 생각했던 7개 상임위원장에 선출된 '임시 위원장'들이 시급한 3차 추경을 처리한 후 협상 재개 국면과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사퇴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당초 야당몫으로 논의됐던 상임위원장에 선출된 민주당 의원들 면모를 보더라도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선출된 도종환 위원장은 직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한때 피감기관의 수장이었던 도 위원장이 감시자의 역할로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개호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총선 직전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주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인 부분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선출된 송옥주 위원장은 재선 의원이다. 간혹 재선 의원이 여성가족위원장 같은 겸임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기는 하지만 환노위는 통상 3선 중진이 맡아왔던 상임위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환노위는 여야 간 정책 간극이 커 조정을 해야 하는 상임위로, 통상 중진들이 그 역할을 맡아왔던 것에서 파격적인 인사"라고 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정성호 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추후 야당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위원장은 직전 20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예결위는 법사위를 민주당이 가져오는 조건으로 야당에 제시했던 상임위로, 여야를 떠나 모든 의원이 선호하는 알짜 상임위다. 

이 때문에 직전 국회에서 유관 상임위인 기재위원장을 맡았던 정 의원에게 예결특위를 맡긴 것은 언제든지 내려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여러 명을 선출하다 보니 일부 어색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적절한 판단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부 상임위원장에 대해선 "통합당이 상임위원장을 안 하겠다고 해서 선수별로 돌려본 결과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감안하면 재선급으로 내려올 수 있어서 불가피하게 배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위원장은 직전 기재위원장을 했지만, 1년에 불과해 이번에 정식으로 선출한 것"이라며 "도 위원장의 경우에도 전문성과 선수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는 전날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이 2년 임기를 완수해야 한다는 경경론도 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후에 협상이 다시 타결되더라도) 들어오면서 어떻게 다시 (7개 상임위원장을) 돌려달라고 하겠는가'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 이야기는 지금 상임위원장 임기가 2년으로 일단 (임기) 시작으로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래를 이야기하긴 어렵고, '들어오면서 어떻게 다시 돌려달라고 하겠는가'라는 말에 함축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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