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단행한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관련해, 해당 조치가 적법절차 위반과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6년 2월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응해 정부는 대북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단 입주기업으로 이뤄진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해 5월 이 같은 정부의 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고, 정부의 조치가 적법 절차를 위반해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재산권을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헌법 소원의 취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헌법재판소는 27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위헌 확인 심판 청구를 기각 및 각하했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 법의 취지에 맞고 합당하다는 것으로, 이는 공단 운영이 중단된 지 6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기준으로 공단 중단 조치가 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헌재는 “개성공단은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지구”라며 “그 운영 중단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핵 개발을 무력화한다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에 부합하기 때문에 중단조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해소되는 등 여건이 조성되면 공단을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전면 폐쇄가 아닌 중단조치를 취했다”며 “따라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이 필요한 한도를 넘는 과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니다.

헌재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공단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는 그보다 우위에 있는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공단 내 기업들의 피해보다 경제적 제재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및 계속성을 보장하는 이익이 더 크다는 당시 한국 대통령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단 중단조치가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와의 협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아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한국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가지므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북 제재로서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라는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그 결정에 한국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다거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제한이나 재산적 손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가 헌법 규정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통일부는 이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향후에도 개성공단 재개와 공단 기업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에서 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막대한 현금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며, 개성공단을 대북제재 수단으로 삼은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한 것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핵 개발에 전용된다는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는데 그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개성 공단 폐쇄 이후 북한은 더 강화된 핵·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한 변호사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경제적 제재조치를 통해 저지하자는 국제적 합의에 기여하는 것’이란 헌재의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에서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의 예외로 명시한 바 있다. 헌재의 ‘북한 경제 봉쇄’ 선언은, 개성공단을 제물로 삼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려는 국내 보수진영과 미국의 의도에 이바지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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