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중, 北문제 책임 전가…경쟁 심화 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미국은 해법을 찾지 못한채 수수방관하는 모양새이고,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의도적으로 무관심한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전력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경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관심 및 관여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먼저 중국의 경우 북한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사실상 미중패권 경쟁 속 북한 사안을 일종의 '협상카드'로만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 '2021-2022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과의 고위급 교류 등 외교적 밀착을 한껏 과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일 중국 톈진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면담을 들 수 있다. 당시 우리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에게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지지 의사를 전했다. 그는 또한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달 14일 중국이 종전선언 서명국으로서 관련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의 일련의 입장 표명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나와 일각에서는 '건설적 역할'에 기대감을 가진 게 사실이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과의 만남에 앞서 지난해 10월 말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북측의 의중을 들었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일 리 대사를 통해 중국 측에 편지를 전달하며 올림픽 불참 사실을 전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북측은 동해상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은 물론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

◇ 해법 못찾는 미국 '북한 대화 나와라' 반복…사실상 '관망'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북한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대북 문제에서 중국과 차이가 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고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한 후 100여일 만에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기치로 유연성을 강조하는 대북정책을 발표했지만 이후 원칙론적인 대응만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적대시 의도 없다', '시기·장소·의제 불문 북한과의 대화가 열려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원칙도 그대로 유지해 왔다.

문제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일단 만나자'는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미국도 북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플랜B'가 없는 상태다.

이와 함께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으로 인한 국제사회 리더십 손상, 미중패권 경쟁 몰입 등으로 북한 문제는 '레드라인'(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을 넘는 수준이 아니면 상황 관리 차원에 머무는 모습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언급하며, 사실상 책임 전가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6일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비확산)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모두 양측에 책임전가 구도"라며 "과거부터 북한 문제가 안 풀릴수록 서로의 책임이라는 얘기를 해왔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미중이 서로 갈등 국면이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미중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중이 전략적 경쟁을 하더라도 협력 가능한 분야로 북한을 설정하고 있지만 갈등이 심화될수록 협력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게 현실"이라며 "오히려 첨예하게 격돌할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되는 입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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