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KN-23 전술 미사일 파생형 (좌: 철도 발사형, 우: 대형화형, 아래: SLBM형)
북한 KN-23 전술 미사일 파생형 (좌: 철도 발사형, 우: 대형화형, 아래: SLBM형)

 

■ 2021년 평가

2021년은 북한에게 전략적 모멘텀을 되찾고자 하는 해였으나, 미국의 전통적 대북정책으로의 회귀를 대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가장 현실적인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2021년 1월에 열린 노동당 제8차 당대회는 북한이 상실한 전략적 모멘텀을 되찾기 위한 전략의 초석이었다. 여기서 북한은 2021년뿐만 아니라 2022년을 비롯해 중장기적으로 취할 전략을 구체화하였다. 핵무력 노선 강화,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와 외부 정보 유입 차단을 통한 사회기강 확립, 그리고 장마당 탄압을 통한 국가의 경제력 독점 조치들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의 포괄적 목표는 취약해진 북한 내부를 재정비해 장기화된 대북제재의 압박에서 정권을 보호하고, 강력한 핵무력을 활용하여 향후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2021년 북한의 딜레마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관심이었다.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동시에 제재 완화를 매개체로 북한을 비핵화 초입으로 끌어가려는 미국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 한다. 북한은 반대로 한미동맹의 균열 리스크를 부각시켜 미국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 일변도였던 대남정책을 8월 한미 연합훈련 이후에는 강온 양면 전술로 급선회하였다. 북한은 13개월 동안 끊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7월 27일 복원하였다. 하지만 8월 10일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단절하였다가 9월 29일에 이를 다시 복원하였다. 동시에 북한은 9월에만 다섯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였다.

대화와 도발을 병행하는 북한의 갈지자 행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도모하고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당시 취했던 ‘통미봉남’을 뒤집은 ‘통남봉미’라는 새로운 접근이다. 북한은 9월 말 김여정 담화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United Nations, UN)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건설적 논의’가 가능함을 알리며 남북관계 복원을 적극적으로 시사하였다.1 임기 말인 문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남북관계 복원에 갑자기 북한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성사가 불확실한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이견을 내비치기도 하였다.2 11월에는 한미 당국자 간 종전선언 문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진전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미북관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2021년에 들어서 고체 연료를 사용해 기습 발사가 용이하고 사정거리는 짧지만 핵탄두 탑재 및 회피기동이 가능한 KN-23을 다양화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다양한 발사 플랫폼에서 KN-23 파생형을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10월 11일 개최한 무기 박람회 ‘자위-2021’에서 북한은 열차 발사대형, 대형화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형을 모두 선보였다. 특히 대형화형은 기존 1톤 안팎의 탄두 탑재량에서 2.5톤까지 크기를 키워 사실상 전술핵 미사일임을 드러냈다.

2021년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과 같은 전략무기 대신 단거리 전술핵무기에 집중하면서 핵 선제공격을 상정하는 한반도형 핵 독트린을 수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철도와 차량에서 기습 발사가 가능하고 남한 후방을 겨냥할 수 있는 잠수함에까지 전술핵 미사일을 대량 배치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한반도 전역에서 제한적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영변 및 강선 핵시설 재가동에 이미 들어간 상태이며,3 6년 뒤 최대 242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강화하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내부통제이다. 경제 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사회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방역으로 인한 국경 폐쇄는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장마당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북한은 COVID-19로 인한 방역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의 수입을 2020년 9월 1천9백만에서 10월 25만불로 99% 이상 축소하였고, 이러한 실질적 수입금지 조치를 2021년 2월까지 유지하였다. 9월에 들어서야 북한의 수입량은 2020년 9월 수준을 회복하였으나 이마저도 COVID-19 팬데믹 이전 수준의 10%밖에 안된 관계로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6 주요 생필품 가격은 급등하였다.7 이와 더불어 북한은 시중에 있는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외화 사용을 금지하고 북한 화폐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8 김정은 본인이 6월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할 정도로 북한 경제 상황은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음이 분명하다.

극단적 경제 긴축은 결국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20년 12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였다. 핵심내용은 외부 정보를 배포 및 보관한 자는 사형 등 최고형에 처한다는 것으로 외부정보 확산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사회 통제를 담당할 컨트롤타워도 신설되었다. 북한은 2021년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중앙재판소, 중앙검찰소, 국가검열위원회를 총괄하는 법무부를 신설하여 COVID-19 팬데믹과 경제난으로 무너진 사회 기강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을 강하게 시사하였다.

■ 2022년 전망: 재정비된 북한과 도발의 본격화

2021년 하반기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대화라는 상호 배치되는 행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남북대화 지속을 위해 북한 미사일 도발 의미를 애써 격하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산적해 있는 국내외 문제 때문에 북한을 애써 무시하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입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2021년 한 해 동안 전열을 재정비한 북한에 맞서야 할 한국과 미국은 각각 3월 대선과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 과도기에 들어서게 된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었던 대화
와 도발의 공존이라는 모순은 1)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대한 북한의 기선제압용 도발, 2) 바이든 행정부에게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중간선거9 전후로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 고조와 위기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2022년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현 대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희박하다. 첫 번째는 대내외 장애물에 구애받지 않는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이다. 핵무력은 북한이 한국에게는 비대칭 위협이 되며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부여하는 절대 수단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의 대응을 따돌리기 위해 빠른 고도화가 절실하기 때문에 북한이 경제 회복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을 게을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표 2는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개발 또는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한 국방 분야의 신무기체계 로드맵이다. 북한은 이미 언급한 대로 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KN-23 전술미사일의 철도 발사, 대형화 및 SLBM 형태의 파생형들을 공개하여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무기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고 극초음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활공비행 미사일인 ‘화성-8형’을 시험발사하여 북한이 미사일 관련 첨단기술을 상당히 확보했음을 과시하였다.

2021년도 미사일 도발이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핵무력 고도화 계획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2022년에도 핵무력 고도화 로드맵의 나머지 부분인 전략무기들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은 전략무기의 실험발사 대신 공개를 통해 한미 양국을 긴장시키는 수법을 써왔다.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일에 화성-16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과 SLBM(‘북극성-4형’)을 공개하고도 실제 발사시험을 자제하였고, 거의 정확히 1년 후 개최된 10월 11일 무기 박람회 ‘자위-2021’에서도 다시 한번 신형 ICBM과 SLBM을 공개하였다.

물론 공개를 통한 무력시위는 분명히 효과 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지상 고체연료 ICBM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북극성 계량형 SLBM의 시험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암묵적으로 명시한 신형 ICBM의 발사시험은 2022년도에도 자제하고 대신 SLBM 테스트에 주력할 것이다. 북한은 2020년 10월에 공개한 북극성-4형 또는 2021년 1월 당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5형을 발사 실험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북극성-5형은 4형보다 직경과 탄두부는 커지고 길이는 짧아져 북한이 현재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3천 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에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미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면서 남한에 대한 도발도 자행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전략무기를 통한 무력시위만으로는 더욱 시급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의를 환기하기 어렵다는 점과 새로운 한국 정부에 대한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NLL) 인근 지역이나 휴전선에서의 무력 도발과 같은 충격 요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러한 도발은 새 정부에게 첫 외교안보 도전과제를 안겨주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음을 상기시킬 수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미사일 도발 가능성은 새 정부가 취임하는 5월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서 더욱 농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022년 대화보다 도발에 더 치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강화되고 있는 내부통제이다. 이는 단순히 북한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기강 확립 차원의 숙청과 탄압을 넘어 사회와 경제 부문에 대한 탄압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으며, ‘김정은주의’로 대표되는 우상화와 사회기강 확립, 그리고 장마당 탄압으로 발현된다. 만약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COVID-19로 인한 방역 조치와 장기 제재로 인해 파탄이 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장마당을 탄압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점은 북한이 당분간 외부와의 관계 개선보다는 내부결속을 통한 외부와의 대립에 방점을 둘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2022년 북한이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 것인지는 8차 당대회에서 언급이 되었다. 북한은 국가의 경제 조정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장마당을 통제하고 동시에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칠 것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대외무역을 재개할 것이라는 여러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는 하다. 북한은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의 장기화로 인해 경제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필수물자의 수입을 재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회에 북한이 현재 중국 및 러시아와 철도 재개를 협의 중이고 인도적 지원 물자의 수월한 하역을 위해 남포항 외에도 평북 룡천항의 추가 개항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COVID-19 이후 북한이 무역을 예전 수준으로 재개하려면 방역 대신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북한과 아프리카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에리트레아만이 COVID-19 백신 접종을 개시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14 더 큰 문제는 2017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무역적자와 국경봉쇄 이후 빠르게 고갈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화 수급 상황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이 COVID-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선 차관을 도입하거나 수출을 늘려 외화 수급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와 금융 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둘 다 쉽지 않은 방안이다.

외부적 요인만이 북한 경제의 회복을 막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정책도 경제의 정상화보다는 긴축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향후 5년간 대규모 토목 사업을 추진하고, 평양과 검덕지구에 살림집 7만5천 호만을 공급하기로 결정하였다. 김정은의 개인적 치적으로 내세웠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언급조차 사라졌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수입대체와 자급자족이 강조되면 대외무역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게 된다.

COVID-19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의 소비와 소득 수준이 회복되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은 김정은의 우상화와 공포정치를 통해 내부 불만을 단속하고 반발을 외부로 돌리려 궁리할 것이다. 2021년 말미 등장한 ‘김정은주의’15가 북한 경제 및 대외환경이 최근 들어 가장 악화된 상황에서 등장했다는 점은 김정은 우상화가 김정은의 집권 10주년과 치적을 기념하기보다는 2여 년간 계속되는 COVID-19 방역과 장기 제재로 인한 사회 내 불만을 김정은의 우상화와 공포정치를 통해 완벽히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북한은 내부 질서 확립을 위해 사소한 위법 사례도 과도하게 처벌할 것으로 보이며,16 이미 2020년부터 이러한 사례들을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17 하지만 우상화와 공포정치만으로는 경제 위기로 인해 불만에 가득 찬 북한 사회를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때 내부결속을 위한 대외도발은 북한에게 유용할 수 있다.

2022년 핵무력 고도화와 내부통제 강화라는 북한의 쌍끌이 전략은 대남 및 대미 도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만 한반도 상황은 북한의 위기 인식과 미국의 무관심의 상호 작용에 따라 변화하는 형태를 띨 것이다. 북한이라는 위협을 애써 축소하여 인식하려는 미국과 한국 간의 괴리가 확대될 때 북한의 도발은 더욱 효과적이다. 현재 한미동맹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어 우려되었던 문 대통령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불가능해졌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 충족을 강조하고 있고, 한미동맹을 북한 중심에서 중국을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에 대응하는 동맹으로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제재의 장기화와 경제 위기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이 향후 큰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에 주목하기보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한국과의 위협인식 차이는 2022년 상반기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가 발표되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NPR이 예상대로 미국의 핵 사용 제한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북한의 공세적 핵 사용 태세와 대비되어 한미 간 갈등은 증폭될 것이다.

북한은 2021년을 강력한 사회통제와 기강 확립, 그리고 꾸준한 핵무력 고도화를 통해 2020년에 상실한 전략적 모멘텀을 만회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보냈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당국자들의 발언은 2022년에는 북한이 다시 주도권을 쥐고 한미 양국을 압박할 것임을 예고한다. 한미동맹도 이에 맞춰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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