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정부 초기부터 대북 접촉 시도…北 "태도 바꿔야 대화"

지난 3월 청와대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외교를 중심으로 하는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어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일만인 5월 초 새 대북정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마디로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일괄타결식 방식을 피하고,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진전’을 목표로 하는 ‘실용적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기존 대북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새 대북정책을 보면서 뭔가 관심이 가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다"며 "이전 행정부들 대북정책의 실수와 나쁜 내용들은 피한 것 같긴 한데 새로운 게 없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말하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 실제로는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대응과 같은 대내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의 갈등,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등 당장 직면한 외교 사안들 때문에 사실상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여러 차례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 없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을 검토하던 시점부터 북한 측에 여러차례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무부 측은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에 접촉했고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어떠한 공식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말하는 등 미 정부는 계속해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뜻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다. 이러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쉽사리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은 북한이 현재 코로나19, 식량부족, 경제악화 상황 등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이미 한국과 미국이 여러 차례 북한에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며, 문제는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같은 큰 도발없이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북한은 올 1월 22일 첫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최근 10월19일 소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8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 실험과 같은 주요 도발이 아니어서인지 다소 수위 낮은 수준으로 대처했다.

북한은 관영매체의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 미국을 지속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5월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꼬집었다.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북한을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에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북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6월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차례로 발표하고 미국에 “잘못 가진 기대는 스스로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든지,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등 미국과 쉽게 대화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북한의 연이은 대미 비난 담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시에도 미국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계속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으며, 그들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도 한미 또는 한미일 간 대북정책에 대한 대면 협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외교정책을 발표할 때 가장 많이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동맹강화’ 이다. 이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한미 간 또는 한미일 간 외교 및 국방회담이 자주 열렸다.

먼저 3월17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 국방장관회담, 한미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회의'이 개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일본 총리와 대면 회담 후 5월 외국 정상으로서는 두번째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7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 한미일 차관회의에 참석했고, 8월에는 정 박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 부대표가 한국 측과 첫 국장급 협의회를 가졌다.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월 첫 방한에 이어 두달 만인 8월 한국을 또 방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성 김 대표와 노규덕 한반도평화 본부장은 10월 19일 미국에서 회동한 후 닷새 만인 23일 서울로 옮겨 대면 협의를 진행했다. 11월 10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또 최근 11월 1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회담에서 셔먼 부장관은 미국과 동맹국들 간 협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다른 관련 동맹국 및 우방국과 지속적인 협의 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가 서로 협의할 때마다 우리의 이해와 더불어 세계 평화, 안보와 같은 전반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결과를 도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북미관계는 아무런 대화나 진전없이 교착 상태에 머물렀고, 그 사이 남북관계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북한은 한국 정부와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예고없이 연락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한국 내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판문점을 비롯한 남북 간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런 북한이 통신연락선 단절 413일 만인 올 7월 느닷없이 통신선 복구를 알려왔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했고, 통신연락선 복원을 비롯한 남북관계 회복 문제에 대해 소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일인 8월 10일 북한은 또 다시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된 지 2주 만으로, 한미가 사실상 연합훈련을 시작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잇따라 내놓으며, 한미연합훈련 개시에 대해 한미 양국을 비난했다.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인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맞춰 내부적으로는 통제를 강화하고, 대남·대외적으론 새로운 양보를 요구하려는 의도일 것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여러 차례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막바지까지 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제안은 자주 등장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월 한반도 종전선언이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단계가 될 수 있다”며 “북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하며,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종전선언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고 향후 미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긍정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대안으로 종전선언은 북한에 대화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의견도 제시했다.

종전선언을 두고 한미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우려도 제기됐다. 

논란의 불씨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설리번 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논하는 데 있어 “정확한 순서나 시기 또는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한미간 종전선언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외교적 협의를 통해 입장차를 풀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해당 발언을 보면 '한미 간에는 종전선언 관련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주요 전략적 제안에 대해서는 한미 간 근본적으로 입장이 일치돼 있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정부의 계속되는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일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11월 미국에서 한미일 차관급회의가 열렸을 당시에도 종전선언에 대한 협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셔먼 부장관은 “한미일 간 생산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모두 원칙적, 원론적인 찬성입장을 밝혔다”면서도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과 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관해 원론적으로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의 대북 외교적 관여를 지지한다는 원칙론만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내년 개최되는 중국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는 등 미중갈등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도 북중간 지속적인 밀착 행보가 이어졌다. 대북정책에 대한 미중간 협력도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 협력 가능성에 대해 비록 미중 양국이 경쟁관계에 있지만 북한 등 일부 사안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중경쟁에서 북한을 협상카드로 쥐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맹국이 많지 않은 중국 입장에선 주변에 우호국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고 북한 역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 토론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대처럼 북한에 대한 협조적 태도를 갖긴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중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관계 강화를 담은 구두친서를 주고 받는가 하면 6월에는 북중 정상의 양국 방문을 기념해 공동좌담회를 열고 친선을 다졌다. 10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동한 리룡남 중국대사는 11월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만나 북중 친선관계 강화 및 양측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이어진 북중 관리들 간 회동에 대해 코로나 19로 전례엾는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와 양국 간 교류 재개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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