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어린이어깨동무’ 통해 북한 어린이 지원사업, 평양어린이병원 건립
2018년 북민협 회장에, 새로운 대북지원 방식 추진…"北동포 건강, 식량난 해결 시급"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이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인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이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인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

 

대학생 때부터 공동육아와 어린이평화운동을 펼쳐 온 이기범 (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을 전개해 큰 결실을 이뤘고, 현재는 60개에 이르는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기범 회장과 북한의 인연은 96년 6월 결성된 ‘어깨동무’의 대북사업에 관여하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이 회장은 대학 3학년(외대 영어과)인 1978년 대표적 빈민촌인 난곡에 선후배들과 함께 ‘해송어린이걱정모임’을 만든 이래 줄곧 공동육아, 어린이평화운동 등을 전개해 왔다.

이 회장은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남북교류 민간단체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이뤘고, 이는 북한도 인정하고 있다. 

‘어깨동무’는 90년대 후반 북한의 식량난이 워낙 화급했던 때라 처음에는 분유 등 식량지원에 전력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는 구충제, 항생제, 영양제 등 의약품 지원에 치중했고, 장기개발과제로 콩우유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2001년 1일 2톤(연간 7백톤) 생산규모의 콩우유공장이 완공돼 평양 인근 3500명의 어린이 및 영유아들에게 하루 200-1000 cc의 콩우유를 공급했다.

또한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 남북합작으로 2004년 6월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개원식을 갖기도 했다.

남북 어린이병원이 개원하는데 삼성, SK, LG, 한화 등 대기업들도 후원회비, 기자재, 기술제공 등으로 힘을 보탰다. 공동육아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어린이병원의 놀이시설을 만들었다. 

병원은 고도의 기술집약을 요하는 시설물이어서 병원 건립을 위한 남북간의 교류는 훨씬 빈번했다. 2002년 2월 어린이병원 건립에 합의한 이후 이 회장 ‘어깨동무’ 측의 방북은 20회가 넘는다. 또 병원 건립이 본격화된 2003년 7월 이후 남측 건설기술자의 방북만 15차례나 됐다.

‘어깨동무’는 2003년 겨울부터는 유치원ㆍ탁아소 등의 창문 등을 개선ㆍ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난방이 충분치 않은 데다 창문마저 부실한 북한 어린이 시설의 창호를 개선함으로써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감기와 폐렴을 줄일 수 있었다. 

‘어깨동무’는 대북사업의 범위를 평양 바깥으로 확대해 이들 지역의 고아원 및 유치원 시설을 현대화할 것을 북측 관련기관과 합의했다. 나아가 콩우유공장, 어린이병원 현대화사업 등도 추진했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대북사업에서 다른 민간기관이나 단체와는 차별되는 성과를 이룬 점과 북한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 등을 인정받아 2018년 1월 북민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북민협은 1999년 4월 20여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결성해 출범한 단체로, ‘남북의 화해와 상호협력 그리고 민족공동체 수립을 위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단체들간의 상호협력과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소속 회원 단체는 겨레의숲(남북 산림 교류협력 사업), 겨레하나(남북교류협력사업, 평화통일교육사업), 겨레사랑(인도적 지원 및 교류협력 사업), 국제사랑재단(인도적 지원사업), 남북나눔(영유아 영양공급 및 건강 유지를 위한 사업), 남북의료협력재단, 어린이어깨동무(보건의료협력, 영양 증진사업),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농업협력, 축산협력 등) 월드비전(식량안보, 농업개발사업), 평화3000(대북 인도지원, 긴급구호) 등 60개 가까이 된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남북통합의 길을 여는 마중물”이라며 “남북의 상호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2018년은 남북관계에 대변화의 바람이 불던 때다. 그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이 열렸고, 9월에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이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9.19 군사합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돼 10년 만에 북한에 들어갔다, 국내 대북지원 단체들을 대표해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북측 관계자들과 대북 인도적 지원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중단됐던 관계를 어떻게 다시 새롭게 이어나갈 것이냐, 어떻게 좀 더 발전적 방향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큰 원칙을 북측과 얘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새로운 대북지원 방향성과 관련해 "예전에는 식량이나 구호물자 위주로 됐지만 앞으로는 북쪽 사람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서로 혜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남북관계 경색, 코로나19 상황 고려한 교류 추진… "北동포 건강 지키고 식량난 해법 찾아야"

이기범 북민협 회장(앞줄 왼쪽)이 2019년 5월14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대북식량지원을 위한 종교·민간단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어린이어깨동무 누리집)
이기범 북민협 회장(앞줄 왼쪽)이 2019년 5월14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대북식량지원을 위한 종교·민간단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어린이어깨동무 누리집)

훈풍이 가득했던 2018년의 남북관계는 이듬해 2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에 돌아섰고, 2000년 6월에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적대관계를 드러냈다.

남북 정부 간 한랭전선이 지속되면서 민간교류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회장은 당시 북한과의 교류가 거의 막혔다고 술회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엄습해 북한이 국경을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남북교류는 인도주의적 사업까지 중단됐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어린이들이 너무 걱정됐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게 봉쇄되면서 어쩔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래도 어깨동무와 북민협 단체들이 북한과 ‘신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새로운 차원의 남북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남북이 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과 북한에 시급한 식량문제를 엄급했다. 이 회장은 감염병관리센터 설치는 동포의 건강을 걱정하는 진심을 표현하는 시설로 북측에 제안할 수 있다고 본다. 보건의료 협력은 단순한 물자지원이 아니라 남북이 공동으로 생명공동체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감안해 농업협력 분야에서 정부의 태도변화를 기대했다. 현재는 중앙 정부만 대북 쌀 지원을 할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검토하기 전에 민간단체가 북측에 쌀 제공 의사를 타진해볼 가능성이 열려 정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이 회장은 제안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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