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연합군' 추천 이사 사퇴, 사실상 조원태 회장 지지
한진칼 지분율, 조 회장 측 조현아 3자 연합에 앞서 유리
한진그룹 노조 3곳 현 경영진 지지…소액주주 영향 미칠 수도

한진그룹 빌딩
한진그룹 빌딩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맞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 연합의 팽팽한 대결이 조원태 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조 회장 측의 총 지분율이 3자 연합의 지분율에 근소하게 앞서는데다 3자 연합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그룹 안팎의 여론도 조 회장 측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어서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 지분율 차이…조원태 회장 측 33.45%, 3자 연합 31.98%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한진칼의 주주총회에 달렸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한진칼 주총에서 이기는 쪽이 경영권을 쥔다.

2020년 1월 한진칼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의결권 유효 지분은 조원태 회장 측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 한진칼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조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한진그룹 산하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 17.29%, 미국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8.20%, 국민연금, 이 외에 카카오(1%), 대한항공 사우회, 외국인, 기관, 소액주주 등이 분포한다.
  
현 경영진인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은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카카오 등의 33.45%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의 지분은 31.98%(조현아+KCGI+반도건설)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1.47%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국민연금 등 나머지 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적어도 ‘정부의 표심’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과 자가보험, 사우회 등은 조원태 회장의 지지 세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3자 연합의 반격과 균열…주주제안, 이탈

3자 연합은 13일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과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3자 연합이 지분율 열세를 만회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이 나왔다.

3자 연합이 꺼낸 ‘주주제안’ 카드에는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등 4명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은 분들로 참신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전문가들"이라며 "새로운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을 통해 한진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고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의장과 배경태 부사장이 항공업과 무관한 경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사내이사 후보인 김치훈 전 상무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임원을 한 경력도 없는데다 조 전 부사장의 인맥이라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3자 연합은 이와 함께 정관에 전자투표 도입을 명시하고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선임시 개별투표 방식을 채택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함께 제안했다.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도 제안했다.

이들은 "이번 주주제안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주제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경영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불거지기도 했다.

3자 연합이 제시한 ‘주주제안’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상무가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전 상무는 지난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칼 측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3자 연합이 '참신하고 전문성 있는 경영인'이라며 제시한 이사 후보 중 한 명이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며 이탈했다는 점에서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3자 연합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 한진그룹 노조, 조현아 측 비난…소액주주 영향줄 수도

한진그룹의 한 축을 이루는 노동조합과 대한항공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OB임원회의 입장도  3자 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지분율 차이는 1.47%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메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 노조와 OB임원회가 조현아 전 부사장을 포함한 3자 연합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노동조합 3곳은 17일 공동 입장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을 비난하며 사실상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는 한진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며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를 핍박했고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된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도건설 역시 상도덕을 지키고 본업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해 "3자 동맹이 허울 좋은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항공 전직 임원 500여명으로 구성된 OB임원회도 "항공사에서 근무했다고 해서 다 같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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