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북중관계 밀착이 북미 대화에 미치는 영향력 제한적"
대북 소식통 "북한 경제에 中 영향력 절대적…북미대화에도 큰 영향"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중관계 밀착이 향후 북미 대화 재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과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28일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접견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이날 회동에서 “북한과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고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기 원한다”고 말했고, 양측은 한반도 등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다.

북한의 코로나 관련 국경봉쇄가 지속되면서 양측의 물리적 왕래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북-중 교류는 지속되고 있다. 북중우호조약 60주년, 북한 정권수립일, 중국 공산당 창건 기념일 등의 계기에는 정상 간 축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홍콩과 타이완, 인권 문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북-중은 ‘상호 우호와 전력적 협력 강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왕제츠 정치국원과 주중 북한 대사의 만남은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미국과 한국 등이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에 이뤄져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민간연구소인 애틀란틱카운실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한-일 3국의 정보 수장 회동과 3국 북 핵 수석대표 협의를 비롯해 한반도 관련국의 접촉이 이어지는 등 “무엇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매닝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제재 완화는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보상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제재 강화 여부를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VOA에, 미-중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은 중국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중국의 희생을 대가로 거래하거나 관계를 개선하는 상황을 항상 걱정했다는 것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런 상황이 거의 일어날 뻔 했었다며,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조치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핵 실험 재개 등으로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압박이 가중되는 것도 중국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7년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하고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관련국들 모두 자제해야 한다”면서 미국 등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중 갈등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홍콩과 타이완 문제 등 국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비판하며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워싱턴 민간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담당 국장은 김정은 총비서는 긴밀한 북-중 관계를 통해 중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7년을 제외하곤 북한을 사실상 조건 없이 지원해 왔다는 것이다.

테리 국장은 중국은 지금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려려 두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이런 북중 관계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북-중 밀착이 미-북 대화 재개에 미칠 영향력을 극히 제한적이라고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대행은 지적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미-북 대화의 재개 여부는 항상 그랬듯이 전적으로 북한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북-중 밀착 과시가 미-북 대화에 대한 미국의 적극성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도 긴밀한 북-중 관계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바이든 정부도 북한과의 협상에 중국의 참여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의 미-북 대화 전망에서 중국은 ‘주요 요소’가 아니라고 말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중국은 대화가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중·러는 물론 미국, 한국과도 외교적으로 관여하길 원할 것이라고설명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담당 국장은 중국의 협조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미-중 긴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미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 복귀 시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정할 사안으로, 중국이 북한에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테리 국장은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거나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데, 심지어는 무기 실험을 막는데도 중국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한다면 중국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도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테리 국장은 말했다.

반면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을 상대하는데 '북한' 카드가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국은 남한이 북한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라며 "사드 문제 등 남한이 미국의 압박을 얼마나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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