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29일 교황 접견…통일부 장관도 이례적 동행
"코로나 '민감' 北 호응 가능성 낮지만…장기적 안목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0월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0월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교황 방북' 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교황과 면담을 갖게된 다는 사실과 함께 한반도평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교황 방북 논의를 공식화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10월29일 문 대통령은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 및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각각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해 온 세계 종교계 지도자와 한반도 평화 증진과 코로나, 기후변화, 빈곤·기아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지혜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표해 온 교황님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 폭넓은 대화를 하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간 교황님이 북한 방문 의사를 수차례 말씀하신 바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교황 방북 논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따라 교황의 방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관심을 보인 바 있는 교황 방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굳게 잠긴 남북·북미 대화 국면을 새롭게 여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번 교황청 방문에는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장관도 함께한다. 타국 정상외교에 통일부 장관이 동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이는 교황 방북이 집중 논의될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3년 전 문 대통령은 백두산 천지에서 '교황을 초대하고 싶다'는 김 총비서의 방북 초청의사를 교황에 전했다. 이에 교황은 '수락' 의사를 표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0월18일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하겠다"며 "나는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황 방북 추진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며 흐지부지 됐다. 김 총비서의 공식 초청도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에 대한 적극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이탈리아 언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가운데 방북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이다. 방북 건에 대한 교황의 의사가 재차 개진되고 바이든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극도로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발표하고 같은 해 7월 '최대 비상체제'로 격상하고 사실상 육·해·공을 통한 인적·물적 교류를 모두 차단한 상황이다. 이러한 '밀봉조치'는 북한식 사회주의 특성상 가능한 것으로 북측은 현재까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0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달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4차례의 무력시위와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쏘아 올리며 '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면도 방북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은 '적대시 정책·이중기준 철폐'라는 '조건부 대화 재개'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관철 중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무력 증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련의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교황의 방북을 염두에 둔 무리한 추진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교황 방북은 지금 당장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럼에도 내년에 남북 화해·협력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그림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청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고 기회를 봐서 방북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달라는 메시지는 보수적인 대통령이라도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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