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현지지도는 자제…대내외 사안 '메시지'로 직접 챙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6주년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6주년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2주 사이 세 번의 육성 연설을 단행했다. 집중적인 연설로 대내외 사안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며 '연설 정치'를 하는 모양새다.

12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인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기념연설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 때의 시정연설과 지난 10일 당 창건 기념일 76주년 계기 기념강연회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 세 번의 연설에서 그는 한국과 미국을 향한 대대적인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고, 올해 남은 기간 당과 정부가 챙겨야 할 경제 등 각종 사업의 과업을 제시했다.

역시 눈에 띄는 것은 대외 메시지다. 그는 지난 1월 당 8차 대회와 6월 당 전원회의에서도 대외 메시지를 냈지만 다소 개괄적인 메시지만 내고 구체적인 북한의 '의지'와 방향성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특히 3월, 8월의 한미 연합훈련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한 반응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대응은 '대외 총괄'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도맡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대외 메시지는 '1호'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한미에 '이중기준' 및 '대북 적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지난 7월 일시 복구 후 다시 단절된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구를 언급했다.

이어 전날 진행된 연설에서도 현재 정세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한미의 책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라며 지금 미국이 보이고 있는 태도로는 대화에 나설 수 없음을 더욱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김 총비서의 행보, 이에 대한 북한의 보도는 대외 메시지 발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외무성 등이 그간 발표한 담화는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보지 못하는 매체로만 발표가 됐다. 이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적극적 '외교'를 하고 있음을 티내지 않기 위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제발전, 사회 분위기 단속에 집중하던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대외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한 것은 이제 북한이 대외 사안에 대한 보폭이 커졌음을 전 주민에게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 전문을 내부에 회람하고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시정연설에서 제기된 과업을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대외 행보, 외교 역시 김 총비서가 발언한 내용대로 관철해야 하는 임무가 생긴 셈이다.

이는 마치 지난 2018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후 대대적으로 이를 내부에 알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것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아직 본격적 대화의 초기 단계로밖에 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시 외교가 시작됐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충분해 보인다.

북한은 우선 올해 안으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 철회라는 김 총비서의 대외 메시지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진행됐던 북미, 남북 간 물밑 접촉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지난해 폭파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크게 호응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북한은 이를 '미끼'로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 관철을 위한 비공식 접촉에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이처럼 올들어 주요 계기에 직접 연설을 통해 대내외에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이후 전통적인 방식의 '현지지도'는 자제하면서도, 가장 비중 있는 메시지는 결국 전면에 나서 챙기는 통치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